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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열병식, 미국의 전쟁부 부활

by 김재균ㅣ밀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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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열린 톈안먼, 무력 과시의 무대

202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은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으로 뒤덮였다. 단순한 군사 행사가 아니라 중국의 국가적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쇼윈도였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육·해·공을 총망라한 첨단 무기 체계를 선보였다. 둥펑-61, 둥펑-5C 같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극초음속 활공체 미사일 DF-17,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초대형 무인잠수정까지 공개됐다. 중국이 더 이상 지역 강국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퍼레이드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지난해부터 퍼져온 시진핑 권력 이상설을 잠재우고, “나는 여전히 중국의 절대 권력자다”라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계산이 숨어 있었다. 무기는 국가의 힘이자 지도자의 권위를 상징한다.


2. 무기의 목록이 던진 메시지

이번 열병식의 핵심은 무기 체계의 다양성과 첨단성이다.

핵 3축 전력 완성: 지상발사 ICBM, 잠수함발사 SLBM, 공중발사 ALBM

극초음속 무기: 마하 5 이상 활공하는 YJ-17, 기존 방공망 무력화 가능한 DF-17

AI·무인체계: 스텔스 무인기 FH-97, 감시·정찰용 대형 무인잠수정 HSU100

신개념 무기: 미국 헬리오스와 유사한 레이저 무기 LY-1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항모 전단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시위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이 공개한 무기들이 외형적으로는 강력해 보이지만, 실제 성능과 운용체계 면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보여주기용 무력 과시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3. ‘전쟁부’라는 이름의 귀환

며칠 뒤, 미국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를 다시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78년 만의 부활이었다.

국방부라는 이름은 방어와 억제를 상징한다. 반면 전쟁부라는 이름은 공격과 승리를 전제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평화를 원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전쟁으로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 기조가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곧 발표될 새 국방전략에서 중국 견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공격적 현실주의란 무엇인가

중국의 열병식과 미국의 전쟁부 부활은 국제정치학의 한 이론과 맞닿아 있다. 바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국제 체제를 무정부 상태로 본다.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힘을 추구한다. 단순한 방어만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때로는 선제적 공격을 통해서라도 안보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우리도 이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국은 전쟁부라는 이름을 되살리며 “우리는 필요하다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 강대국이 동시에 공격적 현실주의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5.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운 세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도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에서는 대만 해협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불안하다.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중국이 현재 보유한 약 400개의 핵탄두를 2030년까지 1000개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아직은 열세지만,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다.

세계는 다시금 전쟁이 가능한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전쟁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6. 한반도에 주는 경고

이 흐름은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과 미국은 군사 경쟁을 가속화하고, 러시아와 북한은 밀착하며, 일본과 대만은 군비를 증강한다. 한국은 그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

단순한 국방 예산 증액으로는 부족하다. 위기 관리 능력, 외교적 조율, 동맹 협력, 억제력 강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강대국들의 공격적 현실주의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7. 앞으로의 선택

중국의 열병식은 힘의 과시였고, 미국의 전쟁부 부활은 전략의 선언이었다. 두 사건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세계는 다시 힘의 시대, 전쟁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그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단순한 군사력 강화일까, 외교적 균형 전략일까, 아니면 기술과 산업력을 포함한 총체적 안보 전략일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내일은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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