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병 훈련소’는 군대의 상징이었다.
철조망과 모래바람, “정신 차려!”라는 교관의 고함, 그리고 행군의 땀과 고통.
그곳에서 병사들은 민간인의 껍질을 벗고 군인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신병 교육대는 더 이상 그런 곳이 아니다.
기초 군사훈련의 의미가 사라지고, 군의 기강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한 기계화사단의 훈련 사진이 공개되었다. 완전군장을 멘 병사들이 100km 행군을 한다는 설명이 붙었지만, 현장에서는 “요즘은 20km도 제대로 걷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야간 행군은 5주 훈련의 마지막 관문이었으나, 지금은 30분 걷고 30분 쉬는 ‘밤 산책’ 수준으로 축소됐다.
한 간부는 “예전에는 50분 걷고 10분 쉬는 게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12~13km만 걸어도 행군이 끝난다”고 했다.
군대의 ‘훈련’이 아니라, 형식만 남은 ‘체험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신병들의 제식 훈련 수준도 크게 떨어졌다. ‘걸음 바꿔 가’ 구령조차 익히지 못하고 자대로 배치되는 병사들이 늘고 있다. 12동작으로 구성된 국군 도수체조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수료한다.
실제 한 사단의 수료식 영상에서는 신병들이 대열을 맞추지 못한 채 어색하게 이동하는 장면이 찍혀
“이게 정말 수료식이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신병들이 전투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훈련만 받고 사회로 나가는 셈이다.
화생방 훈련도 예외가 아니다.
천식, 아토피, 비염 등을 이유로 훈련을 면제받는 사례가 늘었다.
예전에는 ‘PRI(사격술 예비훈련)’이라 하면 피가 나고 근육통이 올 정도로 강도 높은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형식적인 절차’로 변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사고 예방’이라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병사들은 실전 대비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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