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시대의 군무이탈’이 던지는 불편한 진실
1. 군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탈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군대는 지난 10년간 놀라울 만큼 변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병영식당은 민간 위탁으로 개선되었으며, 병장 월급은 200만 원 시대에 돌입했다.
병영은 과거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사회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열린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탈영(군무이탈)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군에서 탈영으로 징계를 받은 인원은 4,088명.
그중 육군이 4,037명으로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복무제도의 근본적인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출과 외박이 제한되자 탈영 건수는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제한이 풀리자 다시 급격히 증가했다.
2020년 709명 → 2021년 548명 → 2022년 805명 → 2023년 1,066명 → 2024년 919명.
군은 나아지고 있지만, 정작 군을 떠나는 사람들은 늘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2. ‘군대는 좋아졌다’는 말의 이면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요즘 군대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잖아요?”
맞다.
군대는 확실히 나아졌다.
휴대전화가 허용되었고, 병사 월급이 오르고, 복무 기간도 단축됐다.
외출·외박도 확대되었으며, 병영시설의 환경도 개선됐다.
하지만 이 ‘좋아진 환경’이 오히려 탈영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군이라는 울타리가 사회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고립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적응 외에는 방법이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과 연결되어 있고, 휴가 때마다 SNS를 통해
“밖의 삶”을 실시간으로 체험한다.
군 안과 밖의 격차가 그대로 노출되는 시대,
병사들은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훨씬 자주 던진다.
결국, 현대 군의 탈영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정체성의 균열이다.
3. ‘휴가 미복귀형 탈영’ — 보이지 않는 이탈의 시작
군무이탈의 가장 흔한 형태는 “휴가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무장탈영’이나 ‘야간이탈’이 아니다.
스마트폰 시대의 탈영은 훨씬 일상적이고, 동시에 은밀하다.
2024년 기준, 탈영 장병 중 절반 이상이 휴가 미복귀자였다.
특히 한 육군 병사는 휴가 중 미국으로 출국 후 행방이 묘연해져 화제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규율 위반이 아니라, 병역의무에 대한 ‘사회적 신뢰’까지 흔드는 사건이다.
휴가 미복귀형 탈영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복무 중 지속된 스트레스, 부대 내 갈등, 경제적 문제, 또는 단순히 “다시 돌아가기 싫다”는 감정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마디로 ‘작은 균열이 누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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