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 포스터 논란이 남긴 것
1. 대한민국의 역사 현장에서 벌어진 ‘무지성의 폭력’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피와 희생의 현장, 6·25전쟁 춘천지구 전투.
그 숭고한 승리를 기리는 전승행사 홍보 포스터에 북한군 장갑차와 헬기 이미지가 버젓이 들어갔다.
단순한 디자인 실수라고 말하기엔, 이 일은 너무나 참담하고 치욕스럽다.
‘전승’이라는 단어는 피로 지킨 역사와 그날의 사명감을 되새기기 위한 말이다.
그런데 그 기념의 현장에서, 적의 무기가 우리 승리의 상징으로 포스터에 실린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이미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 인식, 그리고 국군의 상징에 대한 근본적 무지가 드러난 사건이다.
6·25의 희생을 기리고 후세에게 교훈을 전해야 하는 행사에서
‘북한군 장비’를 ‘우리의 승리 이미지’로 포장했다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군의 자존심과 기억을 스스로 짓밟은 일이다.
2. 누가 만들었고, 누가 검수했고, 왜 아무도 몰랐는가
이 포스터는 육군 제2군단과 춘천시가 공동 주관한 행사 홍보물이다.
그런데 사건이 드러난 후, 두 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2군단은 “춘천시가 외주업체에 제작을 맡겼다”고 하고,
춘천시는 “군에서 만든 것을 전달받아 사용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 사이 정작 국민은 묻는다.
“그럼,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그 많은 장교와 공무원 중 단 한 명도 북한군 장비를 몰랐단 말인가?”
포스터 제작 과정에는 기획, 디자인, 검수, 승인의 단계가 있다.
그 모든 단계에서 이 이미지가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우리 행정과 군 조직의 구조적 무능을 증명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외주업체의 실수나 디자이너의 착오로 끝날 수 없다.
기획한 사람, 발주한 사람, 검수한 사람, 최종 승인한 사람 — 모두가 책임의 선상에 올라야 한다.
이건 ‘누구 잘못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느냐’의 문제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군 홍보 체계의 현주소다.
3. 승리를 기념하는 날에 적의 무기를 그려 넣는 나라
춘천지구전투는 6·25전쟁의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힌다.
1950년 6월, 북한군 제2군단이 남하하던 그날, 국군 제6사단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내 춘천을 사수해 서울로 향하던 적의 진격로를 차단했다.
그 덕분에 아군의 방어선이 재정비될 시간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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