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 만에 브런치에 돌아왔다.
준비하던 이직은 잠시 멈추고 겨울을 큰 변화 없이 잠잠히 보내기로 했다.
이직 준비 때문에 꽤나 에너지를 쏟았는데 결국 내게 남는 건 뭘까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 시간들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겠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거짓말처럼 이직을 잠시 미루기로 한 다음 날부터 회사에서 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일이 많았었는데 내가 더 버겁게 느낀 건지,
아니면 정말 일이 많아진 건지 짐작이 안 될 만큼 감당하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냈다.
그렇다고 내가 다시 마음 잡고 현 직장에 만족하며 살 수 있나?
그건 아닌 것 같다.
한번 떠난 마음을 다시 붙여놓기가 말처럼 쉬운가.
이미 강을 건너온 사람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노력하고, 하루하루 견딜 힘이 내 안에서 솟아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다, 어느 좋은 날에, 좋은 때에, 새로운 일이 내 앞에 펼쳐질 때, 그때 움직여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된 즉흥성'이 필요하다. ('료의 생각 없는 생각'에 나오는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오늘은 자체 '주 4.5일제'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다.
11월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금요일 오후는 (결국 탈락한) 1차, 2차 면접 때문에 반차를 냈는데,
그 이후 지난 금요일과 오늘 또 오후 반차를 냈다.
'주 4.5일제' 꽤나 쏠쏠한데 왜 우리 회사는 도입 안 할까.
아무튼 그렇게 오늘 오후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오후'로 정했다.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오후'란,
밀린 이불빨래하기, 집 정리하기, 밀린 책 읽기, 동네책방(최인아책방) 가기, 등등이 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다.
걸어서 동네책방을 다녀왔다. 총 1시간 걷기 운동을 한 샘이다.
추운 공기가 코끝에 스치는 게 싫지 않은 겨울의 거리였다.
발이 바닥을 밟을 때 머리에 꽉 차 있던 답답함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원래 노을 질 때 하늘이 저렇게 붉은색인가,
아니면 늘 내가 빌딩 속에 갇혀 노을 진 하늘을 본 지 오래된 건가,
이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했지만,
전자든 후자든 오늘 내 눈과 마음에 담은 하늘은 무척 근사했다. 다시 삶을 사랑하고 기대하고 싶을 만큼.
나는 오늘도 고민 꾸러미를 다시 움켜쥔다.
놓으려 해도 놓아지지 않는 고민들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게 인생인 걸까.
평균 수명이 90세 정도라고 했을 때,
나는 지금 인생의 3분의 1을 지나고 있는 샘이다.
총 3번의 챕터에서 첫 번째 챕터를 잘 넘기고 싶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그래서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