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뒤에는 이별을

by 나자영

오늘 외국에 사는 언니가 서울에 왔다. 나는 엄마와 함께 버선발로 공항에 마중 나갔다. 초등학생이 만들었을 법한 플래카드를 만들어서 언니의 귀국을 환영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대화가 끊이지 않아서 택시 기사님이 이렇게 잘 지내는 자매 요즘 드물다며 어머니가 딸들 참 잘 키우셨다고 별안간 칭찬까지 하셨다. 집에 도착해서 바로 뜨끈한 들깨 시래기탕과 모주 한병 클리어. 오랜만에 밟는 한국 땅에서 속에 편한 밥을 먹는 언니를 보니 마음이 다 뿌듯해졌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보름 있으면 언니랑 헤어질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요즘 언니를 1년에 한 번, 많아야 1년에 두 번 정도 본다. 내가 언니가 사는 곳에 가던지, 언니가 서울로 오던지 하는데, 여간 휴가를 내는 게 쉽지가 않기 때문에 사실 1년에 한 번도 본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서로 휴가를 맞춰서 놀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것도 쉽지 않으니 일하는 사람이 시간을 따로 내어서 겨우 얼굴 몇 번 보는 정도다.


언니와는 평생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고 심지어 같은 방을 한참 동안 썼던 터라 거의 소울메이트 수준이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쌍둥이라고도 했었다. 서로의 취향을 너무 잘 알아서 지금 뭐를 먹고 싶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뭐를 하고 싶은지 말을 안 해도 알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떨어져 지내다 보니 서로의 취향이 '업데이트'가 안 돼서 '너 전에 이거 좋아했잖아', '언니 이거 잘 먹었었잖아',라는 말에 '요즘은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잠시 서러웠다.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닌가 보다.


지금 당장 바꿀 수 없는 현실이고,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떨어져 지내는 생활이 이어질 테고, 더 나아가 둘 중 한 명이 먼저 결혼을 하면 언니와 나 사이에 거리가 더 생기겠지. 이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기에 받아들여야겠지만 오늘 밤에는 기분이 많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언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재밌게 건강하게 지내고 가능한 많은 추억을 쌓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함께 즐겨야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또다시 만남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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