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다이어리는 어디로 갔을까

by 나자영

회사 다이어리를 잃어버렸다. 아니, 말은 제대로 해야지. 다이어리가 하루아침에 증발했다.

믿거나 말거나, 어제 퇴근할 때 분명 책상 위에 있던 다이어리가 오늘 출근하니 없어진 것이다.


어제의 하루를 되감기 하듯 한 장면 한 장면 다시 떠올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제도 똑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7시 37분. 출근 도장을 찍고 여느 때와 같이 탕비실에서 텀블러를 세척하고 정수기에서 물을 떠 왔다. 팀원 한두 명 빼고 아직 출근 전이어서 조용히 업무를 볼 수 있었다. 9시경 하나 둘 출근들을 하고 10시에 주간 회의를 하러 회의실에 갔다. 11시 반,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꼽 종이 울리자마자 단골 북엇국집에 가서 한 그릇 드링킹하고 편의점에서 산 바나나우유 하나를 들고 육교를 건너 산책 20분 정도를 하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오후에는 다른 회의가 없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건너편 직원이 잠시 도와달라고 해서 움직인 것 빼고는 거의 자리에만 있었다. 16시 반이 조금 지나서 운동가방을 들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러닝만 하고 귀가했다. 귀가하는 길에 운동하는 날에 꼭 시키는 포케를 네이버주문으로 시켜놓고 픽업해서 집으로 갔다. 그리고 저녁을 보냈다.


그러면 과연 어느 순간에 회사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을까, 아니, 언제 다이어리가 증발했을까?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

- 회의실에 두고 왔다. : 혹시 몰라서 오늘 아침 회의실에 가봤는데 예상대로 없었다. 나는 어제 회의가 끝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다이어리에 필기했던 회의 내용을 복기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에 회의실에 두고 오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동료들이 그래도 다녀와보라고 해서 다녀온 것이었다.

- 식당이나 편의점에 두고 왔다. : 그럴 리가 없다. 어제 핸드폰과 사원증만 들고 뒷짐 지고 점심시간에 외출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한 손에는 바나나우유가 있었고 그뿐이었다. 따라서 식당과 편의점까지 다시 확인하러 가지 않기로 했다.

- 헬스장에 두고 왔다. : 이것도 그럴 리가 없다. 헬스장에 왜 다이어리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속는 셈 치고 라커를 확인했지만 당연히 허탕을 치고 왔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봤지만 나의 다이어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은 당황하면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남 탓을 하며 남을 의심한다. 그리고 나를 의심한다.


일단 남 탓을 해봤다. 누군가 장난을 쳤나? 나는 원한을 산 적이 없는데. 옆 건물 회사 사람들이 공사 때문에 요즘 우리 구내식당을 이용하는데, 그중 한 명이 회사 기밀을 빼오라는 지령을 받아서 회사 다이어리를 훔쳤나? 나 같은 일계 말단 직원 다이어리를? 터무니없는 소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그러면 누가 착각하고 자기 다이어리인 줄 알고 가져갔나? 다 똑같은 새해에 받는 다이어리니까, 헷갈릴 수 있으니까. 근데 굳이 내 책상 위에 달력 옆에 있는 다이어리를 가져갈 리가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러면, 범인은 나인가? 나도 모르게 다이어리를 쓰리기통에 갖다 버렸나? 아니면 무의식 중에 집에 가져갔나? 퇴근하고 바로 확인해 봤는데 집에는 흔적도 없었다.


그렇게 찝찝한 금요일을 보냈다. 나의 다이어리는 센과 치히로도 아닌데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혹시 모르니, 정말 혹시 모르니 월요일에 다시 찾아보고 수소문을 해봐야겠다. 내 다이어리 제발 돌아와라. 주인 노이로제 걸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휴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