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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삭 Sep 07. 2023

아이슬란드 시크릿라군 온천

여행 X 사색 : 내면의 고요를 찾아 마음을 유영하는 방법


시크릿 라군 (Secret Lagoon) 온천수에 잠겨 눈을 감는다.  


아이슬란드의 세찬 바람도 따뜻한 수면 아래 멎는다. 검은 자갈이 바닥을 뒹구는 소리, 빗방울이 머리를 두드리는 소리, 허파에 숨이 차오르는 소리가 귀를 매운다. 하늘과  땅 밑에 머물던 물의 서로 소리가 만나며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해왔던 나를 지운다. 지금 나는 이들을 매개할 뿐, 독립된 개체로서 의미는 벗겨져 내린다. 시간이 멎는다. 의식이 멎는다. 따뜻한 물에 녹아 내린다.


시크릿라군은 본디 안락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공간이었다.


관광명소로 거듭나기 전 시크릿라군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덜 알려져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시크릿 라군을 “감라 르잉 (Gamla Laugin)” 이라 불렀다. 오랜 수영장이라는 뜻이다. 1891년에 지어졌고, 1909년에 첫 수영강습이 이뤄졌다. 본디 안락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공간이었다.  


1947년 플로디르( Flúðir)에 신축 수영장이 생기면서 시크릿 라군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 잊혀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2014년 이후 새 주인의 손을 거쳐 지금의 시크릿라군이 탄생한다. 수영강습장이 지금과 같은 온천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시크릿 라군에서 마음을 유영하는 법을 생각해본다


이제 몸을 움직여하는 수영강습은 이뤄지지 않지만, 시크릿 라군에서 마음을 유영하는 법을 생각해본다. 준비 없이 어지러운 마음에 나를 내던졌다가 허우적대며 더 지쳐만 갔던 적이 많다. 술 한잔으로 곤두선 신경을 알딸딸하게 마비시키는 편을 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잠시 외면하고 잊고 있는 사이에도 불안은 계속 자라나고, 흐트러진 마음은 이리저리 부딪히며 더 요란한 소리를 냈다.


시크릿 라군에 가만히 잠겨 잠시 마음 속 허우적거림을 멈춘다. 차분히 몸을 띄우고, 호흡을 유지하며 불안을 헤쳐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숨을 돌릴 수 있는 내 작은 고요의 섬에 닿기까지.  



시크릿 라군의 부드러운 온기에 잠겨 생각한다. 고요함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인가보다. 절로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향해 나아가는 행위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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