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을 했다.

이제 ‘이수증’아니고, ‘이수정’입니다.

by 이수정

내 이름은 특이하다. 아니, 특이했었다. 사실 초등학교때까지는 내 이름이 특이한지 모르고 살았다. 초등학교때 학생수가 적은 분교를 나왔고 1학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반이 하나로 매일 보던 친구들이 아무런 말 없이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 몰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읍내에 있는 중학교를 들어 가서 반 배치를 받은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때 나는 키도 작았고, 처음 보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얼어 있었다. 한 친구가 내 앞에 와서 너는 나보다 키가 조금 더 작은 것 같으니 자기 앞에 서라고 했다. 나는 당황하며 그 아이 말을 군말 없이 따랐다. 그 결과 내 중학교 1학년때 번호는 3번이었다. 그 친구는 4번 번호를 달고 나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야??”

“나 이수증 이야. 너는 뭔데 이름..?”

“수정? 수진? 수징? 뭐라고??”


처음 보는 반응에 나는 더 크게 내 이름을 또박또박 알려주었다. 그 친구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 하면서 특이하다고 나한테 말했다. 그때 알았다. 아.. 내 이름이 특이하구나. 그 날 밤 나는 집에가서 엄마한테 물어보았다. “엄마 내 이름은 왜 평범하지 않아? 왜 이렇게 지은거야?” 엄마는 호적에 잘못 올라갔다고 말해주었다. 원래는 그 이름이 아니라고.


근데 그 말을 듣는데, 뭔가 이상한 안심이 되었다. 우리 엄마가 내 이름을 막 지은것이 아니라 이쁘게 지었는데 그 당시에 호적에 잘못 올라간거구나.. 그래서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내 이름을 말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한마디씩 덧붙히곤 했다. “이거 근데 호적에 잘못 올라간거야. 원래 이 이름이 아니고“


그때는 그런 말을 한마디 덧붙혀야 사람들이 의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에게 이름을 물었던 나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나혼자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그 이름으로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몇년에 한번 개명을 해야되나 여러번 고민 했지만, 이제 와서 뭘 그냥 살자라는 생각으로 포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뜩, 개명을 해야겠다는 말이 발령을 새로 받은 팀원들 앞에서 나와버렸다. 다른 부서에서 새로운 부서로 온 첫 날, 팀장님은 내 이름을 듣고는 “이름이 진짜 특이하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호적에 잘못 올라갔고, 원래 이름은 ”수정“이라고 하였다. 그 다음 나 온 팀장님의 말 ”나는 그냥 수정이라고 부를게”


순간 개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음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나는 저 이름이 내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휴무 날, 나는 법원에 가서 개명 신청서를 냈다. 이렇게 간단히 서류 한장에 개명 신청이 되는 걸 보니 허무하기도 하고 마음이 이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제야 모든게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개명 신청 하러 법원에 가는 날. 나는 남편에게 같이 가 달라고 말을 건냈다. 피곤해 하는 남편에게 부탁을 한 이유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고, 그 과정을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하고 싶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개명신청을 하고 온 다음날 출근해서 말하였다. 팀원들은 내 이름을 개명신청한 새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팀장님이 말했다.


“ 새 이름으로 이제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거야“아무런 사심 없는 그 말에 괜시리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두달 후 개명 신청이 허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개명 후 할일들’이라는 한장 짜리 파일도 문자로 같이 왔는데 할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구청 가서 신고를 하고, 주민센터에서 가서 주민등록증, 인감을 새로 발급하고, 운전면허증도 새로 바꿔야 하고, 각종 은행 계좌 및 보험 관련 서류들의 이름을 일일이 다 바꿔야 했다.


나는 하루 휴무날 날을 잡아 그 일들을 착착 해나갔다. 주민센터에 먼저 들리고, 그 다음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새로 찍은 증명사진을 내고 운전면허증과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새로 발급 받았다. 그 날 나온 운전면허증에 바뀐 이름이 써져 있는 것을 한참을 들여다 보고 매만져 보았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운전면허증을 찍어 보이며 “개명 완료” 인증을 했다. 친구들은 새로운 이름을 부르며 축하해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게 그날 하루는 하루종일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기분이었다.


운전면허시험장을 갔다가 초본을 들고 거래하는 은행 네군데를 걸어다니면서 이름 수정을 했다. 뭔가 착착 진행 되는 과정이 보람차고 즐거웠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밖으로는 괜찮은 척 했지만, 나는 이렇게 개명을 원하고 있었나 보다.


그 후에 개명으로 인해 처리할 일이 계속 생겼지만, 나는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단 제일 좋은 점은 누군가 내 이름을 물어 볼 때 말을 해주면 한번에 알아 듣는 다는 것이다. 이게 이렇게 편안한지 이제 알았다. 내 이름을 두번 말하지 않아도 알아 듣다니..


문득, 중고등학교때 봉사활동을 가서 증명서를 끊어 줄때 담당하는 사람이 내 이름을 물어 봤을 때, 내가 대답하고 처음에 못 알아듣자 같이 온 친구들이 큰 소리로 “수증기”할 때 “증”이요!! 했던 말들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는 기억에 오래 남고 특이한 이름이라 아쉽지 않냐고 묻는다. 나는 누구나 들어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우리나라에 몇천명 몇만명은 있을 이 평범한 이름도 좋다. 앞으로의 내 인생도 어느 누구 처럼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흘러가길 원한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