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내오는 신호 (1)

중년 아빠와 초딩 자매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11)

by 다시

나는 딸바보다.


늦은 나이에 얻어서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고,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너무 감싸며 키웠다고 잔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사랑만으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낼 수는 없는 모양이다.



"까르르~~ 까르르~~~"


학교에 학원 수업까지 마치고 온 두 딸이 거실에서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놀고 있었다.

십자인대 수술로 거의 방에서 누워서 지내는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분 좋게 들으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물을 마시러 목발을 하고 거실로 나가보니 아이들이 이불을 가져와서 그속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장난을 치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날씨에도 이불속에서 장난을 치다니 덥지도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거실에서 큰 딸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동생 몸이 뜨거워~~~"


나는 둘이 여전히 이불속에서 장난을 치나 보다 싶었다. 나는 그냥 침대에 누운 상태로


"오늘 날이 더워~ 너무 붙어 있지 말고 좀 떨어져~~"


라고 아이들이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말로만...




"아빠! 우리 집 체온계 어디 있지?"


잠시 후 다시 나를 찾아온 큰 딸은 체온계를 찾았다. 나는 체온계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둘은 평소에 병원 놀이를 하면서 체온계를 종종 장난감처럼 사용했었다. 체온계에서 나는 소리가

장난감 체온계보다는 실감이 나는 모양이었다.


한 동안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큰 딸이 나를 불렀다.


"아빠! 동생 자~~~ 이따 밤에 못 잘 텐데..."


작은 딸은 가끔 초저녁에 낮잠을 잔다. 그러고는 밤에 잠이 안 온다며 늦게 자는 일이 있어서 이번에도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거실에 나가서 작은 딸을 깨우려다가 곤히 자는 모습에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자게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아내가 퇴근을 했고, 아내는 잠들어 있는 작은 딸의 이마를 만졌다. 초저녁부터 자고 있는 모습에 엄마로서의 촉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그 촉은 나에게 필요했었는데....



열이 오르고 있었다. 38도를 넘어섰다. 병원에 가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조금 내리는가 싶더니 자정쯤 39도를 넘어섰다.


큰 딸이 동생 몸이 뜨겁다고 했을 때... 아니, 체온계를 찾을 때 이유라도 물어봤으면 좋았을 것을....

그러면 병원이 문 닫기 전에 내가 뭐라도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나는 딸과 아내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내와 작은 딸은 물론이고 아빠에게 나름 계속 상황을 알려주던 큰 딸에게도 미안했다.


평소에 딸들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요란스럽게 말하고 표현해 왔으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한 나 자신이 죄스러웠다. 한심한 아빠다.


작은 딸은 열이 조금 내리면서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 아내는 출근을 해야 하고, 큰 딸은 학교에 가야 하니 작은 딸을 데리고 내가 병원에 가야 한다.


십자인대 수술 후 목발을 하고 아직은 집 안에서만 겨우 돌아다니는 정도이다. 양쪽 목발을 오래 사용하면 팔에도 무리가 가고, 오래 목발을 사용하고 서 있으면 수술한 부위도 퉁퉁 부어오른다. 그래도 가야 한다. 이를 악물고라도 가야 한다. 내 딸이니까.


아이가 보내 온 작은 신호를 가볍게 넘긴 나 자신이 후회스럽다. 이번에 수술한 무릎도 평소에 자주 아팠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병원 한 번 제대로 안 가보고 외면하다가 결국은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로 이어진 것인데, 나는 여전히 '작은 신호'를 외면했다.


무거운 마음과 후회와 한숨이 가득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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