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 하는 마음 재활(9)
'오늘도 잠들기는 틀렸나 보다...'
재활이 시작된 뒤로 하루 2시간 정도만 잘 뿐 거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재활이 시작되기 전에 그저 누워만 있을 때도 잠은 잘 잤는데, 정작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재활을 시작하려니 불면증이 찾아왔습니다.
누워서 움직이지 못할 때는 재활만 시작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었는데, 막상 재활을 시작해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술과 치료는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알아서 해주는 것이었지만, 재활은 달랐습니다. 작은 동작 하나에도 나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필요했고,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하는 나의 기준과 재활을 위한 기준은 달랐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계까지 버티고 있는데, 조금만 더 하라니.... 이러다 수술한 부위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나마 재활치료를 받는 날은 담당 샘과 함께 운동을 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칭찬과 격려를 받으니 스스로 만족이 되면서 잠을 잘 자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느끼기에도 운동이 잘 안 되는 날은 샘이 아무리 위로를 해줘도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재활을 시작하면서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니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SNS를 끊어야지 하면서도 밤이 되면 다시 핸드폰을 열었습니다.
재활 치료가 없는 날은 스스로 집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집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할 일들이 우선이라 잠들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운동을 전혀 못 하는 날도 많습니다. 그런 날은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마음이 조급한 것 같습니다.
충분한 재활 기간을 거치면 다시 예전처럼 걸을 수 있고 뛸 수도 있는데, 당장의 내 모습만 보고 불안에 휩싸이는 것 같습니다. 나보다 더 큰 부상과 상처를 가진 분들도 있을 텐데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나 싶어 나 자신을 다시 채찍질하고 그렇게 채찍질당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자존감이 바닥 끝까지 내려갑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작은 다이어리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내가 했던 사소한 일들을 적었습니다.
- 혼자 머리를 감았다
- 아이들 밥을 차려줬다
- 아이들 숙제를 봐줬다
-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 설거지를 했다
-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이것들을 다시 살펴봅니다. 그래도 내가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며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소가 지어집니다. 운동도 앱을 설치하고 횟수를 체크했습니다. 시각적으로 확인이 되자 마음이 안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도 잠을 이룰 수 없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그냥 침대에서 나와서 거실로 나가 잠시 숨을 고릅니다. 지금은 참으며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조급하지 말자고 나에게 말을 해주고 다시 잠을 청합니다.
어느 날 집에서 재활 운동을 하며 낑낑거리고 있는데, 딸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불쌍해."
굳어서 꺾이지 않는 무릎을 붙잡고 애를 쓰는 아빠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나 봅니다. 세상 누구보다 강한 아빠,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슈퍼맨 아빠처럼 보이고 싶었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미안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재활이 어려워서가 불안한 것이 아니라 상실의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편의 자리, 아빠의 자리, 직장인으로서의 자리... 다시 걷지 못하게 되면서 그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금 이미 내 자리들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꾸 나를 확인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 같습니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고 상상을 해봅니다.
햇살이 포근하고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어느 가을 아침. 가족들과 동네 뒷산에 오릅니다. 재활을 마친 저는 더 이상 목발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 다리로 성큼성큼 땅을 박차고 덜어서 산을 오릅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같이 가자고 뒤에서 헉헉 거리며 따라옵니다. 이마에는 땀이 나지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말합니다.
"우와~ 우리 아빠 진짜 잘 걷는다. 아빠 짱!"
그날을 위해 오늘은 견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