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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대리 Jan 13. 2019

퇴사로부터 배웠습니다

퇴사할 때가 되면 보이는 것들




네 곳의 회사를 다녔고 네 번의 퇴사를 경험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도 제각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때문에, 사람 때문에, 맡고 있는 브랜드 때문에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직을 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그만큼 괴로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처로 남은 건 누군가의 말이었습니다.


장장 한 달 반 만에 들려온 합격 소식이었습니다. 서류를 넣고 2주가 지나서야 서류 통과 연락을 받았고 한 달 동안 세 번의 면접을 치렀습니다. 쉼 없이 일이 돌아가는 회사에서 빠져나와 면접을 보러 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은 병원 핑계를, 또 어느 날은 은행 핑계를 댔습니다. 갈아입을 옷을 지하철 보관함에 숨겨두었다가 재빨리 갈아입고 머리를 매만졌습니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면접 팁을 달달 외우면서 면접장을 향했습니다. 매번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마저 들었지만 반드시 합격해야만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어느 곳이든 합격이 결정되고 나면 최대한 빨리 출근해달라는 말이 따라붙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후 회의가 끝나자마자 팀장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쯤 되면 다들 미리 눈치를 챕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분만큼은 제가 믿고 따르는 분이었습니다. 회사가 싫었고 규율이 싫을 뿐이었습니다. 팀장님은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제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오히려 다음 계획은 있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다음 달에 이직할 거라는 말에 그저 축하한다고만 해주었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큰 탈 없이 회사를 빠져나올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어린 게 벌써부터 야망만 들어차 가지고.
우리 회사에서나 똑바로 할 것이지.
잘 키워놔 봤자 아무 소용없다니까."



다음날 아침,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저는 한순간에 배신자가 되어있었습니다. 당시 본부장이었던 사람은 제가 이직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회의나 식사 자리에서 그 사람에 의해 제 이름이 매번 오르내렸습니다. 저와 동기들에게 주어졌던 교육비까지 도로 토해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밤낮없이 야근하는 제게 고생 많다며 다독여주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순간에 저럴 수가 있나,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 경험은 큰 상처로 남아버렸습니다. 



"회사가 아니라 본인이 부정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래.
상처 받을 거 없어. 너는 너 갈 길 가면 돼.
퇴사할 땐 좋은 기억들만 갖고 나가는 거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의 퇴사 일정은 예정보다 당겨졌습니다.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마치겠다는 제 말조차 무산됐습니다. 그렇게 2주 만에 짐을 싸서 나가는 날, 팀장님이 따뜻한 차 한잔을 사주며 해 준 말이었습니다. 좋은 기억만 갖고 가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응원이 원망으로 바뀌는 데엔 고작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게 절대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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