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인턴의 팀 적응기
인턴 시절, 여러 번 팀이 바뀌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 팀은 하나도 없어서 3개월에 한 번은 꼭 팀을 옮겨 다녔습니다. 그때그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들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팀과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꽤나 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팀 분위기는 첫 출근날부터 알 수 있습니다. 오전부터 다 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는 팀이 있는가 하면 점심이 가까워질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팀도 있습니다. 인턴이 새로 온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겁니다. 그런 팀은 대개 서로의 생활이나 생각에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어진 일만 할 뿐,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디렉션을 주는 것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리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팀이 있는가 하면 그때그때 필요할 때 찾는 팀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제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이 많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자잘한 심부름입니다.
"막내야. 나가서 점심 아무거나 포장 좀 해와.
오는 길에 커피도 사 오고."
워낙 바쁘게 일이 돌아가는 팀이기도 했지만 그 팀에선 온갖 심부름을 다 해봤던 것 같습니다. 식사와 커피 심부름은 물론 개인적인 일들도 종종 제 일이 되었습니다. 업무에 관련된 것들보다는 그 외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일은 출력하거나 복사하는 일 정도였습니다. 이 팀에서 어떤 일 하는지는 가끔씩 그 출력물로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처음엔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인턴이 해야 하는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새 팀으로 옮겨서도 저는 그 버릇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사보 새로 나왔다니까 그거 받아서 한번 읽어봐.
위층에 있는 신문도 좀 갖다 읽고.
커피 사 올 시간에 광고 한 편이라도 더 봐."
새로 만나게 된 팀장님은 출근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저를 불러 말했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잘한 심부름을 하는 모습에 당황한 듯했습니다. 인턴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고, 잘 모르더라도 선배들 하는 일 따라서라도 해보라고 말했습니다. 그 팀에서도 심부름을 자주 했지만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인턴이라도 하는 일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이후부턴 심부름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턴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게 됩니다. 팀의 분위기나 팀의 성향을. 나아가 내가 그 팀의 팀원이 됐을 때 어떨지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