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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l 06. 2017

7.안나푸르나? 포카라에서 준비 끝

히말라야 트레커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인만큼 포카라 시내 주변은 레스토랑, 상점, 숙소들이 줄지어 있다. 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면 동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 중 하나가 '세탁소'이다. 친절하게 세탁기 그림까지 그려진 아기자기한 간판, 음식메뉴가 나열된 간판 등이 상점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 국내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여 보내주신 한국식당 '산촌 다람쥐'의 주인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낯익은 한국 레스토랑 이름이 보인다. '산촌 다람쥐', '낮술', '보물섬'.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한국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가 더 있다.

포카라에 있는 동안은 이 거리를 수차례 걸어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페와호수를 따라 난 '레이크사이트 로드'

번화가지만 높다란 빌딩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몇 집 건너 하나씩 있는 기념품 상점

심오함이 가득한 그림을 직접 그리는 아티스트 화방 주인아저씨

양모로 만든 애기 신발들, 가방, 머플러 등. 그냥 보기만 해도 마음 포근해지는 소품들이 줄을 서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나 사는 순간 모두 내가 들고 갈 짐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만족할 수밖에 없다.

양모로 만든 머플러는 퀄리티도 종류가 다양해서 선물용으로 좋지만, 결국 디자인에서 망설이다 모두 무늬 없는 것으로 고르게 된다. 일단 쇼핑은 ABC에 다녀온 뒤로 미루기로 한다.

그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상점은 역시나 등산용품 가게. 누군가 말했듯이 빈손으로 와도 돈만 있으면 산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었다. 품질은 다소 떨어져도 가격 대비 나쁘지 않았고, 싱가포르에서 등산복 구하기가 어려워 두꺼운 등산바지와 방수용 바지밖에 없던 터라 혹시나 하고 $10 가량의 바지를 하나 구입했다. 결국 산을 타는 동안 내내 거의 그 바지만 입고 다녔더랬다. 추워도 두꺼운 등산바지는 걸음걸이를 방해하는 데다 걷다 보면 열이 나고 땀이 나서 통풍이 잘 되고 가벼운 등산바지가 매우 적합하다. 결국 그 두꺼운 등산바지는 추운 밤을 나기 위한 잠옷으로 활용되었거든.

포터에게 맡길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최대 15kg으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포터에게 맡길 짐을 넣을 적절한 배낭이 필요했다. 빨간색은 10년 넘게 메고 다닌 것이고, 파란색은 방수도 되고 어깨로 짊어질 수도 있어서 나름 포터용으로 신경 써서 구입한 것인데, 포터가 근 열흘간 들고 다니기에 적합한 배낭은 아니었다. 

다행히 등산용품 샵에서는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품 대여도 해 주신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배낭을 대여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10일간 대여하는데 1만 원가량 지불한 것 같다. 물론 보증금 $20 가량 내고 대여한 뒤,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아! 정말 미리 알았다면 그냥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인데, 비싸게 주고 산 가방은 정말 짐만 되었구나.

이 사진은 동일한 거리를 다른 날 아침에 지나가다 찍은 것인데, 한국 방문객이 많으니 한국인 대상 샵도 있다. 대놓고 기둥과 간판에 한국말로 광고를 하는 센스, 문을 열었더라면 반드시 들어가 봄직 하다.


꽤 괜찮아 보이는 펍과 레스토랑들이 보인다. 안나푸르나에 다녀온 뒤 마음껏 즐겨 주겠노라.

정겹기도 하여라. 여기는 과일을 파는 가게. 테이블이 있는 걸로 보아 그 자리에 앉아 과일을 즐기는 손님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마침내 '산촌 다람쥐'에 도착했다. 한국 식당이지만 포카라에 오는 한국 사람이라면 사랑방처럼 들르는 바로 그곳이다. 

도움 요청하는 이메일 한 통에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오가는 왕복 비행기표를 사서 메일로 보내 주셨다. 정말 쿨하게 '돈은 와서 주시면 됩니다' 하셨더랬다. 따로 추가 수수료를 받는 것 같지도 않아서 감사 표시로 뭘 가져가면 좋을까 여쭤 봤더니 말 소주 2L짜리가 필요하시단다. 서울이었으면 당장 준비해 왔을 텐데, 내가 살던 싱가포르에선 정말 구하기 어려운 것이더군. 대신 포카라에서 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답례를 했다. 

한국 식당을 하시는 사장님들은 모두 산이 좋아서 오신 분들이다. 산이 좋아 그곳까지 가셨지만 막상 먹고사는 문제로 가게를 비우고 산을 갈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이런 산골짜기에서 장사가 잘 될까 싶어 여쭤 봤더니, 어느 식당은 장사가 너무 잘 돼서 2호점을 생각해 본 적도 있으시다지만 서울에서의 빡빡한 삶이 싫어 네팔까지 왔는데, 거기 서마저 그렇게 빡빡하게 살고 싶지 않으시다며 허허 웃으시던 모습에 공감 아닌 공감이 간다. 딱히 환영을 해 주지 않더라도 낯선 곳에서 만난 이분들을 보면 심적으로 많은 지지대가 된다. 모두 건승하시길... 

오는 손님마다 같은 질문들을 할 텐데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던 사장님, ABC 트레킹 일정을 말씀드렸더니 이왕 가는 김에 해돋이가 가장 아름답다는 'Poon hill'도 들렀다 가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 주신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ABC도 못 가는 사람들은 2박 3일 코스로 'Poon hill'만 다녀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오가는 한국 손님들이 꽤 있었다. 등산장비를 빌리기도 하고, 잠자리를 알아봐 주거나, 포터를 소개하여 주거나, 포카라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액티비티의 예약도 해 주신다. 나도 ABC에 가기 전, 하루가 남아 있었다. 사장님의 추천으로 다음날은 사랑곶과 페러글라이딩을 하기로 예약을 해 두었다. 이곳이 사랑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저녁이니 단단히 먹어둬야겠다 생각할 무렵 낯익은 친구가 들어왔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만났던 그 뉴질랜드 학생. 딱히 약속을 했던 것도 아니고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오는 일정이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는데, 역시 처음 포카라에 오면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이 곳인가 보다. 혼밥을 할 뻔했는데, 이 패기 넘치는 20대의 청춘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 삼겹살을 쐈다. 사장님이 산 높은 곳까지 가서 구해 온 귀한 버펄로 치즈를 서비스로 주신다. 구워진 삼겹살 위에 치즈를 살짝 얹혀 먹는 맛이 정말 기가 막히. 마치 최후의 만찬인 듯 흡족한 저녁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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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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