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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l 11. 2017

10.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


드디어 안나푸르나 트래킹이 시작되는 날, 처음 카트만두에서 잡았던 계획은 나야풀에서 시작해 8일간 ABC(Annapurna Base Camp)로 바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였다. 여행의 묘미는 중간중간 바뀌는 일정에 있는 게 아닐까? 워낙 조사하고 온 게 없다 보니 큰 일정에 문제없다면 코스쯤이야 바꿀 수도 있지. 어차피 8일간 산행 후 내려와도 포카라에서 며칠을 쉬어야 하는 일정이었다. 산촌 다람쥐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푼힐을 일정에 추가했다. 히말라야 전망을 보기 가장 좋은 뷰포인트라고 했다. 정말 시간이 없는 사람은 푼힐까지 2박 3일로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가야 할 코스는 Poonhill trail과 ABC trail이 합쳐져 아래와 같이 10일 코스다. (지도에 빨간색 표시)

Ulleri > Ghorepani > Tadapani > Chhomrong > Himalaya > ABC > Sinuwa > Jhinu Danda > Kimche > Nayapul

돌아오는 길엔 촘롱에서 지누난다 쪽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좀 더 빠른 길이기도 했고, 지누난다에서 노천온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에 귀가 쫑긋했다. 

네팔어로 된 지역명은 모두 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Ulleri : 시원한 바람 

Ghorepani : 말물 (말에게 물을 주는 곳이라는 뜻)

Tadapani : 건물 (물 있는 곳이 멀다는 뜻)

Sinuwa : 경치

Bamboo : 대나무

Doban : 양수리

Himalaya : 눈의 거처

Annapurna : 풍년

Machapuchare : 물고기 꼬리

Jhinu danda : 작은 언덕

이름만 봐도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가는, 그리고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곳이다. 


지도상에 지역 이름이 표기된 곳에는 로지(lodge)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산장 같은 곳이고, 아무리 멀어도 일반 걸음으로 2시간 이내에 로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트래킹을 하는 중에 식사만 하고 가는 곳도 있을 테고, 잠을 자야 하는 곳도 있다. 보통 하루에 8시간가량 걷는 일정으로 잠잘 곳을 표시했다. 늘 그렇듯 계획은 계획일 뿐, 막상 상황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지. 


정말 필요한 것만 가져간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두고 갈 것들이 있다니. 짊어지고 가는 모든 욕심이 짐이 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모든 물건을 늘어놓고 몇 번씩 다시 생각했다. '정말 꼭 가져가야 할 것인가?'

작심하고 샀지만 산행에 가져갈 수 없는 파란색 가방 속에 가져가면 짐이 될 것들을 담아 호텔에 맡겨 두었다. 대신 등산용품 가게에서 대여한 큰 배낭에 물건을 담아 포터에게 부탁했다. 15kg가 포터에게 줄 수 있는 최대 크기인데 내가 맡긴 배낭은 12kg가량, 포터는 내 짐에 또 자기 짐도 들어야 하니 족히 20kg쯤 짊어지고 가야 했다. 작은 배낭은 내가 짊어질 것인데 카메라 포함해서 8kg쯤 되는 것 같다. 작은 가방엔 내가 필요하면 바로 꺼낼 수 있는 물건을 채우고, 낮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포터에게 맡겨야 서로 불편하지 않다. 배낭 위에 달아서 갈 겨울용 침낭과 스틱 두 개가 전부. 스틱은 사용하려면 양쪽을 다 써야 몸에 무리가 안 간다고 했다. 

드디어 시작이로구나. 전날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포카라에 도착한 포터이자 가이드 라잔을 따라나섰다. 말을 시키면 곧잘 대답을 하긴 하지만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니었다. 대신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말을 서로 못 알아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기에 말이 많지 않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버스를 타기 전 잠시 기다리라더니 어딘가에 가서 귤과 사과를 20여 개쯤 사들고 왔다. 으헉, 들고 갈 짐도 무거운데 뭘 이렇게 많이 사는 건가 싶었지만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가만히 있었다.

나야풀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물론 이 버스도 미리 예약을 해 두어야 탈 수 있다. 지금부터 모든 일정은 라잔에게 맡겨둔터라 그냥 말 없이 따라 다니기로 했다. 버스 운전석은 벽과 문으로 분리가 되어 있었고, 문엔 거울이 달려 있어 뒷좌석에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산행을 가는 사람들,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 가는 현지 사람들이 모두 엉켜 탄 차는 만원이다. 버스 위에 있는 TV에선 영화도 틀어 준다. 

일단 차를 탔으니 시작이 된 것이고,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반, 곧 안나푸르나에 갈 수 있다는 설렘 반, 정말 많은 생각들이 창밖의 풍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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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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