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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Jul 15. 2017

15.Poon hilll 전망대

푼힐은 3,210m에 있는 곳인데 안나푸르나 남봉, 마차푸차레, 다울라기리 등 8,000m 급 산들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 중, 안나푸르나까지 못 가더라도 꼭 들르는 곳이 푼힐이라는 말에 나 역시 코스를 바꿨던 터라 그 기대감이 밤잠을 설레게 한다. 새벽 4시, 침낭 속은 춥고 아직 샛별이 반짝이는 시각인데 벌써부터 바깥에서 사람들 소리가 난다. 얼핏 듣기에도 한국말이 들린다. '아니 이쪽이에요'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워서 모두 머리에 해드 렌턴 하나씩을 끼고 겨우 자기 발 앞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한 시간이면 올라가는 거리인데 사람들 맘도 급하지... 일어나서 씻을 겨를도 없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바로 길을 나선다. 짐은 모두 로지에 그대로 남겨두고 잠도 덜 깬 상태에서 푼힐까지 왕복 2시간 정도 새벽 산행을 하는 거다. 하늘에 쏟아질 것 같은 별들. 전날까지만 해도 날씨가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 밤새 구름이 걷혔나 보다. 아휴~ 삼각대가 있어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이 좁아 오래 서 있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 수도 많아지고...

어제 밝은 시간에 왔던 곳이랑 다른 느낌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모두 각자 헤드라이트나 손전등으로 자신의 앞길을 밝히며 앞사람 뒤를 그냥 따라 올라가는 상황이다.

어둠 속에서 전망대 위에 또는 아래쪽에 자릴 잡는다. 그 와중에 삼각대를 정말 들고 온 사람도 있다. 고도가 높아 추운 것도 있고, 새벽 산 꼭대기에 부는 바람이 보통이 아니다. 배낭 속의 옷을 모두 껴 입고 왔음에도 추워서 계속 움직이며 있어야 했다. 하늘은 점점 밝아지는데 태양은 왜 이리 더디 올라오는지. 손을 꺼내 셔터를 누르는 것도 두 번 중에 한 번은 참는다. 손이 너무 시려서.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히말라야가 선사하는 최고의 풍경이라는 것이구나. 

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태양이 올라오는 순간,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매일 보는 해인데 왜 새삼 더 감격스러운 것인지. 

앞에 있던 사진은 Canon 20D로 촬영, 이 사진은 Galaxy S4로 촬영. 두 사진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DSLR로 찍을 땐 조리개를 최대한으로 조일 수가 있다. 풍경의 느낌을 찍는 사람의 생각대로 조정해서 찍을 수 있다면 휴대폰 카메라는 전체적으로 잘 보이게 나온다는 점. 

전망대 위에 있으니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분위기까지 찍을 수 있어서 좋군.

멀리 보이는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의 모습. 

햇살을 받으며 붉은빛으로, 황금빛으로, 다음은 그 본연의 색들을 모두 드러내기 시작한다. 

춥긴 하지만 언제 다시 보겠나 싶어 모두 발길을 떼지 못하고 서 있다.

그러니까 저기가 내가 가야 할 목적지란 말이지? 뭔가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한 걸음 더 가까이 왔음이 느껴진다.

여기는 마차푸차레. 물고기 꼬리라는 이름의 마차푸차레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산 봉우리 끝이 물고기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마차푸차레를 지나 왼쪽 편에 있는 안타푸르나가 우리가 갈 곳이다.

히말라야의 위용이 느껴진다. 8000m가 넘는 봉우리만 14개. 7000m 가까이 되는 건 훨씬 많겠지. 그런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다. 삶이란 저 높은 산 봉우리를 끝도 없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봐 왔던 하루면 올랐다 내려올 수 있는 산을 보며 삶의 하나의 정점에 오르고 나면 마치 내리막 길만 있는 것 처럼 인생을 비유할 바가 아니다. 다음 산으로 너머 가기 위해 죽도록 올라야 하고, 또 죽도록 내려가야 한다. 죽기 살기로 올라가고 내려 오는 것의 반복, 그렇게 가는 동안 체험하는 모든 순간이 삶이다.

이런 풍경은 한국의 산과 닮았다. 한국에선 이렇게 안개 낀 산 사진을 얻으려면 늦가을쯤 돼야 하는데.

연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카메라를 바꿔가며 셔터를 계속 누른다. 그 산이 그 산인데도 말이다. 누가 뭐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찍고 있다.

자 그럼 저 산 고개고개를 넘어가 볼까? 

다시 고레파니로 내려가 씻고, 식사하고, 타다파니로 출발! 오늘도 갈 길이 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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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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