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에 오는 계획을 잡을 때 일이다. 준비 과정 등을 종종 올리곤 했는데 블로그 이웃님이 덧글을 달아 놓으셨다. 몇 년 전, 안타푸르나에 가던 길에 촘롱의 한 로지에서 머물렀는데, 그 집에 살던 남매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전달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 왔다. 언젠가 곧 다시 가려하였으나, 생각처럼 기회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조심스레 물어 오셨다. 기꺼이 사진 파일을 이메일로 받아 인화를 했다. ABC에 가는 것이 개인의 목표이긴 했지만 이 사진을 들고 오는 내내 이 아이들이 사진을 보고 반겨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좀 더 사명감을 갖고 오게 된 것 같다.
문명에 노출되어 사는 사람들은 모른다. 이런 산골짜기에선 자기 사진을 기록으로 가지고 있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바깥세상에선 흔하디 흔한 사진이지만, 찍을 카메라도, 인화할 곳도, 컴퓨터나 종이를 구하는 것 자체가 큰 일인 곳이다. 심지어 전기도 공급받기 어려워 태양열판을 이용해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이니.
숙소에 짐을 풀어 두고 사진을 들고 나왔다. 이제 저 많은 집 중에 이 아이들의 집을 찾으면 되겠구나. 숙소 정보를 라잔에게 보여줬더니 아는 집이라며 앞장서 걸으며 따라 오란다. 총 몇 가구가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촘롱은 정말 큰 마을이었다. 혼자였으면 헤맬 뻔했다.
베이커리도 있고, 중학교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니 중학교도 있는 모양이다.
경사진 산에 집이 있다 보니, 모든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탁트여 있어 좋다.
내려가면서도 사진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리고 결국 그 로지를 찾았다. 안에 들어가니 아주머니와 아들이 있었다. 아이는 사진에서 보는 모습보다 좀 더 나이를 먹긴 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주머니께 상황 설명을 드리려는데 영어가 전혀 안 되신다. 다행히 개인 통역가 라잔이 쭉 설명을 드리자 아주머니 너무 반갑게 웃으시며 양 손을 잡으신다. 딸아이는 외출 중이라 없지만 돌아오면 보여주겠노라고 하셨다. 남자아이는 사진을 보더니 배시시 수줍게 웃는다. 그리곤 한동안 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맴돈다. 짐을 줄인다고 따로 선물을 가져오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오랜 친구 같은 사람들. 행여 다시 이 곳을 찾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시간, 이젠 한 팀이 되어 버린 한국인들. 혼자 있는 것도 좋았지만 화기애애한 이 분위기 좋았다. 어렵사리 들고 온 꼬마김치가 여기서도 인기 만점. 들고 간 보람이 있다. 이 곳에 오기 전 이미 안나푸르나 서킷을 돌고 오시던 참이라 김치 본 지가 정말 오래되셨다고들 하시며 김치를 반기신다. 호주에 살다 한국 가는 길에 왔다는 친구, 원래 산악등반을 했던 터라 안나푸르나 등정 중에 타계하신 박용석 대장과 일행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또 한 분은 네팔에 오려고 7년을 준비하셨다는데 얼마나 자료들을 보셨는지 히말라야에 모르는 게 없으신 분이시다. 선글라스만 쓰고 다니시다 코에 화상을 입으셨다고 했다. 이미 안나푸르나 서킷을 다 돌고 ABC로 향하시는 중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계신 선생님은 이미 에베레스트도 다녀오셨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가 참 막무가내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세분 모두 각자 코스를 다니시던 중에 알게 되셨고, 가는 목적지가 같으니 모두 동행이 되셨다고 했다. 모두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는 여행.
이건 야크 스테이크. 나만 빼고 모두 이걸로 주문을 하시더군. 낯선 음식이라 선뜻 주문하지 못했더랬다. 음식 나올 때,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던지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메뉴다. 막상 보고 냄새를 맡고 나니 꼭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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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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