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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Aug 02. 2017

25.안나푸르나의 선물

새벽 5시, 쏟아지는 은하수가 보고 싶어 밖으로 나왔다. 만년설에 반사된 달빛이 세상을 밝히고 있다. 간밤에 잠들기 전보다 별이 많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많은 별이 보인다. 간밤에 신선생님께 빌려 놓은 작은 삼각대를 의지해 촬영 시도. 카메라와 렌즈 무게를 겨우 버텨내는 중이다. 바람이 불어 좀 흔들리기는 하지만 내 손으로 잡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5:16 AM, Canon 20D] 조리개는 최대로 조이고, 이 한 장 찍는데 10분쯤 걸렸다. 달빛이 밝아 노출 과다이긴 한데 별의 움직임이 보인다.  

[5:29 AM, Canon 20D] 6분 가량 촬영. 밤 사진은 한 컷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잘 못 찍으면 다시 촬영이 정말 어렵다. 특히 별의 움직임을 찍으려면 말이지. 빛의 양도 계산해야 하고, 별의 움직이는 방향과 이동 거리를 계산해야 하니까. 

[5:41 AM, Canon 20D] 한 컷 촬영에 몇 분씩을 기다려야 하다 보니 좀 무섭기도 하고, 곧 동태가 될 것 같다. 셔터를 눌러 놓고 본의 아니게 운동 중. 혼자 있긴 하지만 이 추운 곳에서 산짐승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행여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트라이포드를 들고 올 수 있을까? 욕심을 부리는 만큼 몸은 더 힘들게 마련이다.

[5:42 AM, Canon 20D] 그사이 동이 터오기 시작하고 별들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6:03 AM, Canon 20D] 노출을 좀 길게 줬더니 구름과 빛의 흐름이 그대로 작품이 된다.

[6:06 AM, Canon 20D] 점점 붉은 기운이 차 오른다.

[6:33 AM, Canon 20D] 점점 뭉쳐지는 구름이 물고기 모양 같다.

[6:33 AM, Galaxy S4 휴대폰 카메라] 물고기 지느러미라는 뜻의 마차푸차레 옆에 물고기 모양 구름이라니. 아무도 못 보는 장면을 혼자 보려니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6:22 AM, Galaxy S4 휴대폰 카메라] 안나푸르나와 강가푸르나 주변도 이미 밝아진 상태. 

[6:34 AM, Canon 20D] 붉은 햇살과 만나는 장면은 가히 감동적이다. 흰색 만년설에 반사되는 금 붉은빛의 산. 아~ 안나푸르나가 주는 선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6:39 AM, Galaxy S4 휴대폰 카메라] 

[6:44 AM, Galaxy S4 휴대폰 카메라] 그리곤 점차 황금산으로 변해갔다. 

[6:45 AM, Galaxy S4 휴대폰 카메라, 파노라마] 정말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이런 장면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성경에 나온다는 황금산은 이런 걸 말하는 걸까? ABC에 온다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무엇보다 날씨가 따라줘야 하고, 모든 조건이 다 맞아도 어떤 이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실내에 있어서 못 보는 사람도 있다. 

한 시간 반 동안 벌벌 떨면서 여러 가지 악조건 안에 찍은 사진들이지만 ABC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곳에 뭐하러 왔지? 하는 질문에 마치 하늘이 답이라도 준 것 같은 느낌.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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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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