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지나간 시간이 일장춘몽 같구나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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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 9일째, 날씨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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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이다. 원래 계획은 란드룩으로 해서 Phedi(패디)까지 하루를 더 가야 하는 코스였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Kimche에서 마무리하는 스케줄이다. 포카라까지 차를 타야 하는 문제를 핑계 삼아 같이 마무리하기로 했다. 사실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마음이 다른 것처럼, 이미 목적지는 다녀왔고 처음엔 없었던 일행이지만, 같이 다니다가 혼자가 되는 일은 참 쓸쓸하거든. 모두 의기투합 해서 포카라로 돌아 가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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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도 만만한 길은 아니었지만 올라갈 때보다는 훨씬 수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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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강 건너 슬슬 사람들 사는 곳이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계곡 위로 난 다리만 봐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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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정 동안 이렇게 붙어 다닌 날이 처음이다. 모두 자기만의 걷는 속도가 있다 보니 각자 걷고 휴식처에서 만나고를 반복했는데 마지막 내려가는 길은 좀 쉽게 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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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진만 보여 주면, 한국의 시골 모습과 흡사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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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모여 있는 그곳, 트레킹이 종료될 지점이 눈 앞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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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체가 바로 눈 앞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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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각각 출발했던 다섯 명의 한국 사람들과 세명의 가이드... 어떤 이는 이 트레킹이 한 달도 넘게 하는 중이었고, 나는 9일째 되는 날이었고, 모두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마무리하게 된 것에 감사하며 파이팅을 외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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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위해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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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을 하긴 좀 일렀던 걸까? 눈에 보이는 마을인데 가도 가도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산 능성이를 따라 꼬불 꼬불 걷다 보니 보이는 것보다 두 배 이상을 걸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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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먼 산길을 허리춤에 아이를 안고 쪼리를 신고 걷는 아낙. 역시 어머니는 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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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 위에서 먹은 닭고기와 달걀은 이렇게 운반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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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에 달린 바구니는 갓난아이가 타고 있는 요람. 할아버지는 아이가 깨지 않게 그네를 밀듯 살짝살짝 요람을 흔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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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근 열흘만에 보는 바퀴 달린 물건이다. 내 발로 걷지 않아도 어디론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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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워져 있는 차들 중 하나와 흥정을 하고, 팀 전체가 한 차로 포카라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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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때만 해도 몰랐지. 꼬불 꼬불 흙먼지 천지인 길을 한 시간도 넘게 달려야 하는데, 저 짐들을 내릴 때 즈음엔 모두 흰색으로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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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자동차 천장에 닿을 만큼 덜컥 거리며 달리는 길이었으나 내 발로 걷지 않는다는 사실에 흥분돼 행복할 따름이었다. 한 시간 좀 넘게 달렸을 무렵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자락. 그것은 3일 전 만해도 눈 앞에 장엄하게 서 있던 마차푸차레. 이미 먼 과거가 되어 버렸구나. 일장춘몽이란 생각에 아련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문명사회 포카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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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는 제법 한국 식당이 눈에 띈다. 정확하진 않지만 가장 오래 있었을 법한 '산촌 다람쥐', 한국식 사랑방처럼 꾸며 놓은 '낮술', 게스트하우스와 겸해서 운영되는 '놀이터', 밤에 기분 내며 한 잔 하기 괜찮은 홍대 바 같은 '보물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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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자가 되어 같이 내려왔던 한국분들과 포터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삼겹살을 굽는다. 이 먼 타지에서도 고향 같은 한국식당이 정말 큰 위로가 된다. 가지런히 준비되어 나온 삼겹살, 가지, 그리고 '낮술' 사장님의 배려로 양파 위엔 그 구하기 어렵다는 버펄로 치즈까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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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거하게 한 상차림이다. 목표했던 곳에 대한 성취와 무탈하게 돌아온 것을 기념하며 모두 건배. 비록 지금부터 가는 길이 모두 다르겠지만 모두 각자의 또 다른 꿈이 성취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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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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