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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Aug 06. 2017

29. 물속의 히말라야를 찾아서

<세계 평화의 탑>

산에서 내려온 뒤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산에 가기 전과 다녀온 후의 느낌은 정말 다르다. 무엇보다 굉장히 여유로와졌다는 것. 만약 안나푸르나를 계획하고 있다면 포카라에서 며칠간은 무작정 쉴 수 있는 일정을 가져 보는 것이 좋겠다. 산에 올라가기 전, 혹시 좋은 뷰 포인트는 어디가 있을까 싶어 리버사이드 거리를 걷다 기념품 엽서를 봤다. 히말라야의 설산이 페와호수에 비추는 풍경이 너무 멋져 그 포인트를 찾아보고 싶던 참인데, 마침 사진을 찍으시던 이선생님께서 '세계 평화의 탑'에 가 보자고 물어 오셨다. 

새벽 5시, 해뜨기 전에 좋은 포인트를 찾아볼 생각으로 좀 일찍 서둘러 나왔고, 미리 예약해 두었던 택시를 타고 세계 평화의 탑으로 향했다. 너무 일찍 도착했는지 좀처럼 동이 트지 않고 세상은 캄캄하다. 

추위를 떨쳐 볼 양으로 보이지도 않는 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산 아래 마을에서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추위를 떨쳐 볼 양으로 보이지도 않는 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산 아래 마을에서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동이 트고 저 멀리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에 햇살이 인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불과 이틀 전에 저곳에 있었는데 싶은 찡한 마음.

산에서 한 발자국 밖으로 나오니 해와 산이 만나는 모습에 또 다른 감동이 온다.

붉은 점 하나가 눈이 부셔 볼 수 없게 될 무렵이면 모든 만물이 깨어난 듯 자기만의 색을 찾아 입는다.

비로소 산이 산이게 하고, 하늘이 하늘이게 하고, 사람이 사람이게 하는 시간.

한 번도 지친 내색 없이 매일 무한 희망을 주는 태양이 참 좋다.

해가 뜨고 스님이 나오셔서 염불을 외운다. 일본 니폰잔 묘호지 협회의 불교 승려들이 세계 평화를 드높이기 위해 세운 탑이라고 했다. 

탑은 4방위로 부처님의 생애를 담아 놓은 조각이 새겨져 있다. 생.로. 병. 사.

세계 평화의 탑이라...

왜 하필이면 이름이 '세계 평화의 탑'일까? 다른 나라 침략을 일삼은 것도 일본이고, 세상에서 몹쓸 짓 많이 한 나라를 순위를 매기면 빠지지 않고 top 10에 들 것인데 무슨 염치로, 그것도 남의 나라에 이런 탑을 세운 걸까? 뭘 해도 자꾸 일본의 의도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는 건 나만의 선입견일까?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었지만 포카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던 건 의외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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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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