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까지 생각해 보니 어제 하루가 정말 길었구나. 피곤함이 아니었더라면 잠을 한 숨도 못 잘 뻔했다. 위도는 적도와 멀지 않아 해는 강하지만, 해발고도가 1,280m에 있어 밤엔 정말 생각지 못하게 추웠다. 중간에 일어나 겨울 점퍼를 껴 입고 두꺼운 담요를 겹쳐 덮고 잤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움츠리고 잤는지 몸이 뻐근하다. 아침이 밝자마자 일어난 건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차라리 일어나서 움직이는 게 났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한국과의 시차가 3시간 15분, 여기서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서울 오전 시간이다.
할 일도 없고, 앞에 정원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더니 호텔 사장님이 인사를 건네 오신다. 원하면 좀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식사를 하겠느냐고 묻는다. 낯선 도시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밤을 보냈던 참이라 이 질문이 얼마나 감사하게 들리던지. 너무 추워서 잠을 잘 못 잤노라 했더니, 물 핫팩을 달라고 하지 그랬느냐고 한다.
아침식사가 나름 푸짐하다. 커피도 있고, 짜이도 있고. 햇살이 강하지 않은 이른 아침이라 밖에서 식사하기에도 살짝 싸늘한 날씨인데 커피를 마시니 살 것 같다.
아까부터 주변을 맴돌며 눈을 마주쳐 오는 남자가 있다. 호텔 안에 여행사가 있는데, 그곳에 일하는 매니저다. 포카라에 숙소는 잡았는지, 트래킹에 같이 갈 포터는 구했는지 물어 온다. 알다시피 정말 무계획으로 온 상태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던 터이긴 했다. 가뜩이나 회사정리며, 집 정리며 다른 곳에 신경이 곤두섰던 터라 큰 차이 없으면 A부터 Z까지 챙겨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 잡기 및 포터 구하기>
여행사 매니저 아저씨의 장황한 코스 설명 끝에 안나푸르나 서킷을 돌기 보다,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 무리하지 않는 코스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찍고 오는 코스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안나푸르나 서킷을 도는 코스는 30일 내외로 걸리고, 험한 코스도 더 많은데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이 주로 간다고 했고, ABC라 불리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는 7일~10일가량으로 다녀올 수 있는 휴가가 짧은 동양인들이 많이 가는 코스라고 했다. 다음은 내 짐을 들어주고, 가이드도 해 줄 가이드 겸 포터를 구하는 일인데 일반적으로 포카라에 가서 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짐은 자기들이 직접 메고 가이드를 구해 간다 하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가이드 없이 짐만 들어줄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특히 한국 사람들은 돈을 아낄 요량으로 짐도 들어주면서 가이드해 줄 사람을 구한다고 한다. 카트만두에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에이전트가 있다고 들었다. 영어가 안 된다면 그쪽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곳엔 우리나라 산악인들과 같이 다니는 포터들도 많고,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네팔인들도 있다. 일반적인 의견으론 카트만두에서 포터를 데리고 가면, 아무래도 포카라까지 가는 비용도 그렇고 포터들의 경험치도 포카라에 사는 사람들과 좀 차이가 있다고 했다. 포카라에서 포터를 구하려면 그곳에 있는 한국 식당에 부탁을 해도 된다.
그런데 이 여행사 매니저 아저씨, 포터를 굳이 소개를 시켜 주겠다며 원하면 지금이라도 인터뷰시켜줄 수 있다며 아침 7시에 전화를 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며. 전화하고 10분 만에 내 앞에 나타난 라잔, 스물한 살이라는 빼빼 마른 청년,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한 지, 같이 가도 무리가 없겠는지 한 5분간 대화를 나눠봤다. 안나푸르나는 여러 차례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했고, 눈이 사슴처럼 순해 보였다. 어눌한 영어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말에 최대한 성의껏 대답을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너무 말라서 내 짐이 너무 무겁지는 않을까, 너무 어린 건 아닌가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 친구에겐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니 그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이 호텔로, 또는 산제이에게 연락해도 될 터이니 이왕이면 안전하고 편한 쪽으로 결정했다. 라잔은 다음날 버스를 타고 포카라로 이동하기로 하고, 난 미리 예약해 둔 비행기로 먼저 이동. 물론 여행사에서 포카라의 호텔도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해줬다. 사실 전체적으로 바가지를 좀 쓴 것 같긴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고, 원했던 대로 A부터 Z까지 한 번에 해결을 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딜이었다.
1.Tims & Permit - 포터에게 맡김, $30
2.Nayaful Bus (포카라에서 산행 입구까지 가는 버스)
3. 호텔 - 조식 포함 $30/D
4.8일 트래킹 기간 동안 숙식비 $30/D
5. 가이드/포터 $15/D
6.Local taxi
7. 물
8. 비상시 도움
총 8일 코스 $630 지불, 1일 연장 시 $40 추가됨. 그리고 추가 비용은 포터에게 줄 팁.
너무 쉽게 다 정리가 돼 버린 듯하다. 히말라야 트레킹 정보 가이드를 찾아봤을 때, 가이드를 구할지, 포터를 구할지, 로지(산장)는 어디에서 자는 게 좋은지, 가격은 얼마인지, 산속에서 음식과 물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고산병 예방은 어떻게 할지 등 정말 고민하고 준비할 항목들이 많은데, 여행사와 한 번 얘기하고 났더니 1시간 만에 모두 정리가 끝났다. 8일간 $630, 위험성 대비 하루 경비가 10만 원도 안 되는 게 오히려 걱정이 되는데, 어떤 이는 패키지라며 럭셔리 여행이란다. 이런 여행에서는 안전이 제일이다. 혼자 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전에 충분한 계획을 세우고 오는 것이 좋다. 설사 그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달러로 모두 지불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경비가 얼마나 들지 감이 잡히질 않아 환전하기도 애매했는데, 이제부터 필요한 돈은 환전해둔 네팔 돈을 사용하면 된다. 지폐에 그려진 자연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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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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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히말라야 트레킹 정보를 정말 잘 정리해둔 정보를 찾았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하세요.
[월간 Out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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