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타 Sep 02. 2018

인턴의 퇴사 (aka 계약 만료) 일기

대학생의 직장생활 2

대학생의 직장생활 2


인턴의 퇴사 (aka 계약 만료) 일기


5월, 웹진 문화평론가 퇴사.

6월, 스포츠 잡지 객원기자 퇴사.

지난 8월 31일, 방송국 뉴미디어제작부 퇴사.      

아! 셋 다 정규직이 아니었으니까
퇴사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겠구나.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계약 만료를 했다.

그중 유일한 9 to 6 근무형태였던,
뉴미디어제작부 퇴사 일기를 써보려 한다.          



1. 입사 배경


드라마국/예능국 조연출로 일하면서 느낀 점. 이제 정규직 아니면 방송국에서 절대 일 안 한다. 이유는 읍읍.

그런데 왜 일했냐고? 가고 싶던 주간지 최종면접에서 광탈. 잡오퍼 몇 개 왔는데 제안이 별로라서 거절.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프리랜서’라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고 뉴미디어에 대한 관심도 있었기에 입사를 결정했다.


입사하기 전, 프리랜서로 일하는 언론사에 양해를 구했다. “선배 저 여기서 일해도 됨?”

몇몇 조건을 걸고 입사를 허락받았다.
그 후 선배가 한마디 말을 건넸다.


“근데 네가 뉴미디어에서 일한다고?????
진짜 안 어울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첫 달


 예전부터 사회생활을 했다. 직급은 막내였다. 몇 년째 막내로 살다 보니 업무 시간에 일을 안 하면 죄책감이 엄청나게 솟아버리는, 한국형 맞춤 인재가 되어버렸다. 좋게 말하면 눈칫밥 먹는 스킬이 늘음. 나쁘게 말하면 자발적으로 일을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림.


 초반 며칠은 힘들었다. 일이 없었기 때문. 회사 사람들도 딱히 일을 시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때 든 생각. “이게 뉴미디어인가...? 다른 언론사는 나 쉬는 꼴 못 봤는데..” 이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한 사수(=에디터)가 일을 줬다.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그 에디터에게 일도 배우고 적당히 꿀도 빨며 재미지게 7월 한 달을 보냈다.

 그런데 이 에디터가 퇴사를 했네?? 퇴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예상보다 빨리?? 그럼 나 어떡함?? 그때부터 7월과 상반된 8월이 시작됐다.     



3. 두번째이자 마지막 


 이곳의 시스템은 특이했다. 기존 언론사와는 달랐다. 뉴미디어라 그런지 굉장히 자유분방했다. 8월에는 자유분방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면 윗선의 간섭이 심해졌다. 자유분방함은 사라지고 기존의 코리안 회사와 다를 게 없어졌다.

 덕분에 일이 너무나 많아졌다. 앞서 말했다시피 업무시간에 일이 없는 걸 못 참는 성격인지라 나쁘지는 않았지스트레스는 조금씩 쌓여갔다.


 자랑 한 번 해보자면, 나는 일을 잘하는 편이었다 ㅋㅋㅋ 이 회사에서 쓰는 핵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마스터해버렸다. 다른 일도 타 직장에서 하던 일과 유사해 어렵지 않게 했다. 이걸 들켜버렸다. 에디터한테 들키면 괜찮은데 한 팀장한테 들킴 ㅋ. 스모커라 정기적으로 산책을 나가줘야 하는데 산책도 간섭받는 지경까지 와버림.

 덕분에 7월에는 평균적인 생산성을 보였다면 8월에는... 말하기 싫을 정도의 업무량을 기록했다. 야근이 취미가 되어버린 레타. 더불어 개인적인 일들이 여럿 겹치며 스트레스는 극대화됐다.

 

 그래도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으레 어느 직장이나 그렇듯 같이 일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나는 좀 많이 이상하다. 염세적이고 감정에 솔직하다. 두 달짜리 인턴이기에 인성을 숨기려 했다. 7월에는 이걸 좀 숨길 수 있었다. 진짜 좋은 에디터와 단짝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 에디터랑만 일할 줄 알았기에..... ㅠㅠ

 8월엔 아니었다. 스트레스가 쌓였고 이걸 풀어야 했다. 그래서 가면을 벗었다. 인성을 오픈하니 다른 에디터들과 급속도로 친해졌다. 야근도 많아지니 별의별 얘기를 다 했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인턴 동기들이 많은 편인데 에디터들과 더 친해진, 조금은 다른 콘셉트의 인턴이 되어버렸다. 인턴 동기들한텐 아직까지 좀 미안한 마음.. 아 이런 인성의 나랑 안 친해졌으니 그들한테는 더 좋은 건가??  


 근데 왜 마지막 날 소감 말할 때 나만 안 울음??



4. 그래서 뉴미디어부서도 일반 언론사랑 똑같다고?


 ‘뉴미디어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며 저널리즘의 지형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들도 'Paper First'가 아닌 ‘Digital First'로 뉴스 발행 콘셉트를 바꿨다. 그 중심에는 뉴미디어부가 있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변화하는 저널리즘 지형에 대응하는 부서였다.
 

 업무환경은 그 어떤 언론사보다 좋았다. 너무 힘든 곳에만 일해서 그런가? 하지만 점점 일반 언론사와 유사하다고 느꼈다. 뉴미디어에 몸담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특별해야 한다. 특별함을 위해선 자유로운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8월 달에는 이 분위기가 조금씩 거세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인턴의 관점이니 일반화할 수 없지만.      



결론 : 앞으로는 더 많은 글로 찾아뵐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가 인턴을 맞이하는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