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책 리뷰라기보다는 책을 따라가는 마음의 리뷰가 될 것 같다. 책 한 권에도 많은 사연이 따라붙었으니, 책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구매한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합정역 근처 골목길을 어렵사리 찾아들어간 곳은 땡스북스. 따라랑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책 냄새가 반갑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가 아닌 동네 책방에 들러본 기억을 떠올려보니, 믿을 수 없게도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대학생이던 시절(90년대 말)엔 하도 공사다망하여 서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무렵 어느 시기에 온라인 서점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등장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초등학교(그 시절엔 국민학교라 불리던)에 다닐 적엔 친구네 집이 서점이었다. 서점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서점의 풍경은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마음 한편에 안도감이 든다. 나만 빼고 다 변하는 것 같아 허겁지겁 달려보지만 더 빠르게 달려가지 못할 바에야 멈춰서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동질감을 느끼며 숨을 고르는 시간도 필요할 테다.
서점에는 나름의 원칙에 따라 책들이 가지런하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나는 특히 "생활지식"이 두드러지게 보여서 반가웠다. 그중에서 '가드너' 혹은 '플랜테리어', '반려식물' 등의 용어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식물에 대한 책을 집어 들었다.
임이랑 작가의 조금 긴 제목의 이 책을 읽다 보니 편지글이 주는 친밀함에 마음 한 겹이 열리고, 식물을 돌보는 단아한 손길이 느껴져 또 마음 한 겹이 열렸다.
아마도 나는 조만간 주말엔 식물원에 가보게 될 것 같다. 봄이 되면 종로의 꽃시장에, 산책길엔 나무와 꽃, 풀에도 시선을 주게 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놀라울 정도로 식물에 관심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식물이 개입한 적이 이렇게도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이다. 이미 베란다에만 해도 여러 식물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건 정말 너무나 신선한 발견이었다. 늘 보이던 식물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니 새로울 리 만무하지만, 어쩌면 내 생활에 식물이 들어와서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해보니 기분이 좋다. 이제야 '반려식물'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말이 되는 말이었어'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