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투자, 연봉 상승에만 기댈 것인가?
전편에서 연봉 상승에 의존하는 DB형과 투자 수익률로 자산을 증가시키는 DC형의 10년의 시간 이후 결과 차이를 봤다. 연봉 7천의 서울 사는 김 부장의 경우 그 차이가 무려 1억이나 발생했다.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연봉은 승진 등 계단식 상승을 하는데 그걸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이 역시 5년마다 승진하여 연봉이 천만 원씩 상승하는 경우 과연 5년 차 김대리는 15년 뒤 김 부장이 되었을 때, 퇴직연금의 크기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가정사항: 미승진시 연봉 상승률 3%, DC형의 투자수익률 8%)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차례의 승진으로 인한 연봉 상승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은 DC형이 더 크게 나온다.
연봉 5천에서 연봉 8천8백만원까지 무려 연봉이 78%나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퇴직금은 DC형이 더 크다.
이유는 단 하나, 복리는 ‘매년 쌓이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10년간 연봉 78%가 상승했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평균 7.8% 상승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겠지만, 복리의 수식을 사용하면 연평균 5.9% 상승한 것으로 계산된다.
그렇다면 복리 5.8%의 연봉상승률과 복리 8%의 투자수익률, 즉 2%의 차이가 10년 뒤 거의 2천만원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복리의 승수 효과 때문인 것이다.
연봉이 계단식으로 크게 상승했지만, 투자수익은 매년 8%씩 누적적으로 상승했다.
연봉의 경우 승진이 없는 해는 그저 3% 상승하였지만, 투자 수익은 꾸준히 8%의 수익을 냈기 때문에 이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엑셀의 계산식은 통상적인 상식을 뒤집는다. 두 번의 승진조차 8%의 투자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8% 수익률이 쉬운 것인가? 그게 쉽지 않다면, 여전히 DB형을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연봉 상승률 3%, 승진 시 연봉 상승 천만원 이것 역시 현실적인가? 연봉이 만약 정체되어 있다면 주저할 필요 없이 DC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8% 수익률이 가능할까?
너무 낙관적인 가정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8% 수익률이 쉬운 것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DC형에서는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예금, 채권, 주식형 ETF, 펀드 등 다양한 선택의 폭이 있다. 여기서는 주식형 ETF로 비교하고자 한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AI로 촉발한 혁신적인 기술 발전의 과도기에 있다. 이런 시대 상황에 두고 본다면 기술주의 중심인 나스닥 지수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나스닥 지수의 평균 성장률은 15%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주식 시장은 늘 그렇듯이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연평균 수익률 15%를 기록하고 있는 나스닥으로 투자한다면, 5년 차 김대리의 퇴직연금 2천만원은 10년 뒤 2억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스닥의 변동성이 두렵다면 미국 500대 대표기업을 담고 있는 S&P500 지수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S&P500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0%가 넘는다.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나스닥이 대표하는 기술의 세계, S&P500이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스닥이던 S&P500이던 난 그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연봉 상승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조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안정적인 예금으로 DC형으로 굴렸을 때의 수익률과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
10년의 시간 복리의 효과는 그 안정적인 예금조차 연봉 상승률을 앞지른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을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과연 매년 연봉이 3% 상승하고 5년마다 승진해서 연봉이 천만원 오르는 것 역시 현실적일까?
대개는 연봉 동결이 더 많을 것이고, 40대 후반 이후부터는 연봉 상한에 막혀 연봉이 전혀 상승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더 냉정하다. 40대 이후엔 연봉이 오히려 정체된다. 승진이 두세 번 있어도 복리의 시계는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면 DB형을 고수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투자 수익률의 관점으로 볼 때나, 연봉 상승률의 현실성 관점에서 볼 때 어느 경우도 DB형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한민국 40대의 대부분은 이 복리의 효과를 몰라 DB형을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널리 퍼뜨려 주면 좋겠다.
투자를 몰라도, 그저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예금에 넣기만 해도 DC형을 일찍 선택하는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을.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일찍"이라는 부분이다. 복리의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최대한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 그저 예금에 넣기만 해도 DC형으로 내가 굴리는 게 이득이다.
이 모든 마법은 복리의 시간 덕분이다.
당신의 퇴직연금이 그 시간을 누리게 할지, 가둬둘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