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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Jul 26. 2023

미니멀리스트의 옷장

300벌에서 30벌이 될 때까지

미니멀 라이프를 다짐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바로 옷정리다. 옷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대로 살다간 언젠가 옷에 깔려 죽겠지 싶었다.


모종의 이유로 자주 입지 않아 방치한 옷들은 거의 다 깨끗한 상태였다. 그래서 차라리 비우기보다 끌어안고 살기를 택했다. 그런 식으로 채워진 옷장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예쁜 옷을 보면 무작정 사고 봤다. 그렇게 산 옷은 또다시 방치됐다. 이제는 그렇게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로 했다.


정리를 하면서 끌어모아왔던 옷들의 대부분을 기부했다. 기부한 옷과 잡화의 숫자를 세어보니 200개가 넘었다. 잘 입지도 않는 옷을 200벌이나 가지고 있었다니, 매일 입을 옷을 정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거기 있던 거다.


옷장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일은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나처럼 중구난방의 다양한 패션을 좋아할수록 난이도는 어려워진다. 그러나  많은 패션 중에서도 분명 내가 즐겨 입는 스타일이 있다. 나는 정확한 정리를 위해 스스로 추구하는 모습을 메모장에 적어보고, 자주 입는 옷을 확인하는 용도로 데일리룩을 기록하기도 했다.


화려한 옷장과는 다르게 나는 항상 무채색의 편한 옷만 입었다. 보기에 예쁘더라도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나갈 때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방치된 옷이 아까워 가끔씩 꺼내 꾸역꾸역 입고는 하루를 망치기도 했다.


내 취향을 설명하자면 나는 불편한 옷을 싫어한다. 무채색 계열의 어두운 옷과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이런 나에게 가장 적합한 컬러는 블랙이다. 블랙은 오염에 강하고, 쉽게 질리지 않으며, 조합에도 용이하다.


반드시 블랙이 아니어도 되지만, 색상과 스타일의 범위를 한정하여 내가 가진 옷끼리 매치하기 편하도록 구성하면 미니멀 옷장을 만들기 쉬워진다. 어떤  입어도 서로 어울리기 때문에 코디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되고, 대충 입어도 이상한 코디가 나올 확률이 적다.


입는 옷의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입지 않는 옷을 비워내 옷장이 가벼워졌을 뿐이다. 불필요한 고민의 시간이 줄었고, 무엇을 골라 입든 내가 좋아하는 옷이기 때문에 외출이 항상 즐겁다.


잡화/홈웨어/운동복을 제외하고 총 33벌의 옷을 가지고 있다.


대대적인 정리는 마쳤지만, 여전히 나는 옷장을 정리하고 있다. 깔끔한 옷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리는 한 번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 깨끗한 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정리도 꾸준히 해줘야 정돈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행거 하나에 사계절 옷이 전부 걸리고도 남는다.


나는 여전히 옷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많은 옷은 필요하지 않다. 비워낸 후에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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