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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Jul 21. 2023

MZ지만 명품은 안 삽니다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의 중요성

요즘 심심찮게 보는 기사가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소비가 유행한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 현상의 표면만 보고 요즘 애들은 허세에 찌들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세대에 포함된 나는 경제적 여건이 충분치 않음에도 명품을 소비하게 만드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


윗세대가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서라도 집 한 채는 소유했던 것처럼, 요즘 애들은 무리하게 할부를 해서라도 명품을 소유한다. 단지 물질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MZ세대가 특별히 유별난 건 아니다. 물론 명품은 사치재이니 집만큼 중요하진 않지만, 물질만능주의사회에서 집보단 저렴한 값에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해 준다.


평생 돈을 아끼고 열심히 일해도 내 집마련은 꿈같이 느껴질 만큼 치솟은 부동산 시장의 물가는 미래를 대비하게 만들기보다는 즉각적인 보상에 눈 돌리게 만들었다. 서울의 집 값이 비싸면 지방에서 살면 된다고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청년을 위한 일자리와 인프라는 전부 수도권, 그것도 좁고 비싼 서울에 몰려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지한 사람들에게 핍박받고 무시당하기도 한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직군들을 멸시하는 풍조를 보시라. 한국 사회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 위해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들어가야 하며 서울의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믿게 만들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그런 엘리트 코스를 밟는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일 텐데 말이다.) 명품 소비는 이처럼 구분하기 어려운 타인의 욕망과 유사하다. 그러니 단순한 허세라고 보기엔 복잡한 면이 있다.


그러나 나는 명품을 사서 과시하고 싶지도, 없다고 해서 남들과는 다르다고 으스대고 싶지도 않다. 나의 형편에 맞지 않아 사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형편에 맞지 않는 물건을 남들은 다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야 하는 건 싫다. 내가 가진 재화는 한정적이기에 난 명품을 살 수 있는 돈으로 더 많은 경험을 사길 원한다.


명품은 가치를 보고 사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는 명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하거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제작한 제품들은 명품에 견줄 만큼이나 매력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저렴한 가격대에도 유니크하고 만듦새 좋은 물건은 많다.



내가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가방은 보세 쇼핑몰의 2만 원짜리 메신저백이다. 양손이 자유로워 활동성이 좋고, 심플한 룩에 과하지 않은 포인트가 되어줘서 자주 사용한다. 지갑은 손잡이가 떨어진 지갑에 키링을 달아 사용하는 걸 본 친구가 선물해 준 새지갑이다. 감사하게 잘 쓰고 있다.


나는 키링을 정말 좋아해서 키링만큼은 미니멀하지 못하게 가지고 있는데, 똑같은 가방에 키링만 바꿔달아도 소소한 변화를 줄 수 있어 좋다.



요즘엔 저렴하고 그럭저럭 괜찮은 물건 여러 개를 사는 대신 가격 상관없이 아주 마음에 드는 물건 한 개를 산다. 미니멀리즘을 접하고 생긴 소비 습관인데, 덕분에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전에는 가성비 위주로 눈에 불을 켜고 할인템을 찾았다면 지금은 그런 식으로 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물건의 가격을 우선하기보다 내 취향이 묻어나는 것으로 신중히 고른다. 한 번 마음에 든 것은 깨끗하게 오래 쓰기 때문에 이런 소비습관은 오히려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내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세심히 탐구할 수 있으며, 쇼핑하며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다. 비싸고 유명한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보다 취향에 꼭 맞는 유니크한 아이템을 발견하고 구입했을 때의 즐거움이 훨씬 크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필요 없다. 내 취향이 이상하다고 면박 줘도 상관없다. 내 눈에 사랑스럽고 만족스러운 게 제일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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