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인 양지에 에있는 작은 학교로 가을 리스를 만드는 수업을 다녀왔다. 그날은 정말 가을답게 맑고 선선한 날씨였다. 수업은 학부모 연수의 일환으로 진행되었고, 약 10명 정도의 부모님들이 참여해주셨다. 학교는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가을빛이 은은하게 드리운 교정은 마치 작은 동화 속 마을 같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역시 가을이라는 계절의 느낌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 까 였다. 이번 수업에서는 솔방울을 메인으로 하여 각종 가을에 어울리는 드라이플라워 소재들을 사용해서 리스를 만들기로 했다. 솔방을은 가을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색감과 질감의 가을 소재들을 활용해서 각자만의 리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다들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내 서로의 작품을 구경하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솔방울을 들고 각자의 고유의 방식으로 꾸미는 모습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웃음 소리도 점점 더 많아졌고, 가을의 따뜻한 햇살 속에서 재미있게 작업을 이어갔다.
참여자 분들 모두 손재주가 좋아서 수업 작품이 더 완성도가 높았다. 그 중 몇분은 "저는 처음이에요"라고 하셨지만 모두 예쁘게 잘 만들어주셨다. 생각보다 재미있다고도 말씀해주셨다. 가들 소재들이 지닌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주는 편안함 덕분인지, 다들 부담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처음 꽃을 다룰 때의 그 설렘이 떠오르기도 해서,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 같아 더 뿌듯했다.
수업을 마치고 난 후에도 모두가 자신이 만든 리슬ㄹ 보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각자 고유한 개성과 색이 담긴 리스는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다 만들고 나서도 서로의 작품을 구경하며 칭찬을 주고 받는 모습에, 이 수업이 단순한 만들기 시작이 아니라 함께 교류하고 즐거움을 나눈 시간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수업에 참석하셨던 몇 분이 후기를 올려주셨는데, 그 글을 보면서 내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내가 느꼈던 즐거운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은 수업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큰 기쁨이다.
양지 지역의 그 작은 학교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을 햇살이 가득한 날, 이곳에서 나눈 따뜻한 에너지는 나에게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공방에서 하는 수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을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행복했다.
가을은 늘 그렇듯, 자연의 손길을 빌려 사람들을 이어준다. 솔방울 하나, 작은 잎사귀 하나에도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담고, 따뜻한 교감을 나눈다. 이날의 수업도 그랬다. 우리는 각자의 리스에 가을을 담았고, 그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