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by Yimhyehwa



바람이 곱게 뺨을 스치는 가을이 왔습니다.

그 핑계로 안부를 전합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고집스레 뜨거웠던 햇살이 떠난 자리에는

연푸른색 옷을 입은 하늘이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신을 반겨달라는 눈치인지

한바탕 비를 쏟아내곤 합니다.


때로는 성가신 보슬비로 왔다가 가끔은 소나기로 오는데,

날을 정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나타나는 걸 보니

우산 하나쯤은 챙겨야 할 때인가 봅니다.


닫아두었던 창문을 활짝 열면 시원한 밤공기가 들어옵니다.

적당히 신선한 날씨는 뜨거웠던 마음을 식히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산책이라도 하라며 손짓합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어떤가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면, 우산 하나쯤 챙겨

산책길을 걷고 있을까요.


생각해보니, 나는 참 바보 같습니다.

그렇게 타올랐던 여름의 기억은 까마득히 잊었습니다.

이제는 가을이 주는 새로움과 특별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절이 나를 흔들어놓았는지,

내가 계절을 핑계로 그대를 잊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나간 것들은 잊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일은

퍽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기까지

여러 번을 아프고, 토해내고, 참아야 했습니다.


남김없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엇을 채워야 할까요.

떠난 것들은 그리움을 남겼고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은

반가움을 주려고 하는데, 그 사이에서 나는 주춤합니다.


어영부영 살다가 또 다른 계절이 찾아올 겁니다.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면, 하얀 눈송이가 내려앉은 길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그때 나는, 무엇을 잊었고 무엇을 채웠을까요.


계절을 잊었다는 미안함에,

새로운 계절이 왔다는 반가움을 핑계로

어설픈 안부를 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