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픈 아침

베인 마음

by Yimhyehwa




오늘도 악 소리가 났다. 턱 밑부분에 쓸린 곳이 있나 보다. 거기만 빼고 면도를 하려다 수염이 보여 기어이 면도기를 갖다 댔다. 따갑고, 긁히는 느낌을 참으며 오늘도 혼자만의 전쟁을 치른다. 피부도 예민하고 여드름도 곧잘 나서 어떤 날은 얼굴이 뻘겋게 달아 오른 나의 모습에 참함을 느낀 적도 있다. 흉터와 상처를 빼고 나면 내 얼굴에 남는 곳이 있을까. 그래서 거울을 잘 안 본다. 보기 싫은 피부, 아프다고 우는 얼굴, 애잔하고 처량한 마음 한가득 출근길이 너무 피곤하다. 햇살이 좋고 화창한 날에는 남들 눈에 잘 보일까 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나한테 못할 짓인 건 알지만 내가 더 작아지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면도 한 지는 오래되었다. 횃수로는 20년째다. 이 정도면 장인이어야 할 텐데 실력이 서툰 건지 얼굴이 문제인 건지 헷갈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마다 크고 작은 면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아침마다 면도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고 그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습관처럼 하는 이 행위가 나에게는 고문일 때가 많다. 수염이 빨리, 억세게, 많이 자라고 잦은 피부 트러블을 타고난 나는 멀끔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둘째 치고, 직장에서 자기 관리 안 하냐는 지적을 받기 싫어 매일을 상처뿐인 영광을 누린다.


전기면도기로 면도를 해도 얼굴과 목이 시뻘겋게 물들어 몇 번씩 병원에 갔고, 피부과 의사들은 그때마다 아프셨겠다며 위로해 주었다. 피부에 잘 드는 약을 처방해 주면서 차라리 반영구 제모를 주기적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지만, 돈 핑계 시간 핑계 휴가 없다는 핑계로 그냥 생긴 대로 살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다 의사의 말을 들을 걸 그랬다는 후회를 크게 한 적이 있다. 내가 그토록 두려웠던 지적을 받게 된 일이었다.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같은 실의 실장은 면도는 좀 하고 다니라며 핀잔을 줬고, 오후에는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담당 임원이 내 얼굴을 위아래로 훑고는 외모관리도 중요하다며 하루에 면도는 두 번씩하고 다니라고 뭐라 했다.


내가 평소에 정말 좋아하고, 훌륭한 분이라 생각했던 사람에게 쓴소리를 듣고 나니 정신이 멍했다. 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맞장구를 쳤을 텐데 속이 너무 상했고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닦아온 나의 소중한 노력들이 한순간의 평가로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는 생각에 힘 없이 무너졌다. 얼굴에 난 상처의 흔적보다 가슴에 베인 상처가 더 쓰리고 따가웠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울감이 찾아온다. 그 말이 트라우마로 남아 면도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얼굴 곳곳의 상처들 중에는 회복되지 못할 만큼 패인 곳도 많아졌다. 그 사건을 계기로 단단한 신념 같은 게 생겼다. 절대로 상대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거나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들여 애쓰고 가꿔왔을 그 사람의 얼굴과 거기에 담았을 내면의 서사들을 마음대로 낙서하고 싶지 않다. 부디 내가 마주하는 수많은 얼굴들이 비난 섞인 소리에 갇히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길 기도한다. 지금도 충분한 당신의 모습을 언제나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