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하나 없습니다
당신을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선명히 보이는 걸까요. 못된 세월 탓인지 누가 그랬는지 다 알 순 없지만, 나는 당신을 마주하여 기쁘고 행복합니다. 당신이 겪어온 온갖 해코지를 내가 없애 주고, 그 자리에 약을 발라주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오래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많이 늦었습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너무 달라진 모습의 나는 낯설고 어색할까요. 우리는 세월을 쫓으며 달려왔고, 그 사이 계절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봤던 건 봄이었는데, 몇 년인지 기억도 안 나는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어서야 당신을 봅니다.
우린 참 낭만이 있었습니다. 손수 쓴 편지가 어떤 것보다 고귀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정성을 다하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습니다. 쓰다가 잘못된 문장이 있거나 준비했던 말과 달라졌으면 구겨 버리고 다시 썼습니다.
단 하나라도 틀리지 않고 완벽히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던 감정이었습니다. 당신도 그러했고, 나도 그러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했고, 삶의 달라짐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이 영원처럼 보였고, 별빛들이 쏟아져 내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찬란하다는 말은 참 아름답습니다. 지금 그 말을 쓰고 싶은데, 추억에 기대어 떠오른 말일지 몰라 입 안으로 삼켰습니다.
많이 쌀쌀하죠. 찬 공기가 세상을 채웠습니다. 한 철 여름이었다 금방 겨울이 되었습니다. 외투가 일상이 된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겹겹이 입으면 따뜻해지는데, 새어 나오는 숨마다 입김이 얼굴을 감쌉니다. 안경이 뿌옇게 변해 앞이 잘 안 보이는데, 당신이 웃고 있어 다행입니다. 지나간 세월의 서먹함이 미소의 힘으로 많이 가십니다. 이제야 당신이 잘 보입니다.
참 신기하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웠거나 보고 싶거나 했던 걸까요. 얼굴을 보니 다행이라 느꼈던 건 한 때 나의 전부였던 당신이 이토록 잘 살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나는 정말 당신이 아프지 않았으면 했고, 주변의 사랑을 받으며 웃는 날이 많았으면 했습니다.
우리는 흐르는 정적을 애써 누구라도 깰 마음이 없었나 봅니다. 당신도 같은 마음이겠지요. 나의 행복을 바랐다니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전부였던 사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내일은 더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고, 따뜻하게 몸 좀 녹이고 일어나요. 시월의 밤은 별빛 하나 없습니다.
어서 들어가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