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4시간 동안 앉아서 글을 쓴 지 몇 개월. 걷는 속도보다 타자 속도가 더 빨라진 요즘, 허리의 상태가 심상찮다. 춥다는 핑계로 걷기를 소홀히 한 탓에 내 몸에도 겨울이 찾아온 모양이다. 어딘가에 닿기만 해도 금세 부러질 듯 통증이 심하다. 계단을 오를 때는 숨이 차고, 내려갈 때는 무릎이 삐걱거려 결국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J가 나를 공영수영장으로 데리고 갔다. “오늘부터는 무조건 나랑 수영장 다니는 거야.” J의 회유에 나는 마지못해 백기를 들었다. J는 수영복 가게에 들러 바구니에 수영복, 수경, 수영가방, 모자 등 물품을 주섬주섬 담았다. 마음에 드는 수영복이 있었는데 치수가 작았다. 도드라진 살들을 억지로 욱여넣을 생각에 아찔했다. 하는 수 없이 한 치수 더 큰 수영복을 구매했다.
물품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섰다. 태초의 이브처럼 사람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채 여기저기 활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낯부끄러워 마뜩잖게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어쩌겠는가. 이 와중에 다시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눈 딱 감고 후다닥 옷을 갈아입은 후 수영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오전의 끝 무렵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걷기 레인에서 오른쪽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앞사람과의 보폭을 유지하며 물속을 걷는 게 만만찮았다. 몸이 한쪽으로 쏠려 자꾸만 중심을 잃었다. 약 25m의 레인을 3번 정도 왕복하자 이내 다리가 풀렸다. 숨이 가빴다. 겨우 15분 만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버렸다.
조금 더 걷고 싶은데.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여기까지 왔는데 힘들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파동에 휘청이면 그대로 몸을 맡겼다. 물속에서는 힘을 빼고 유연하게 타협해야 물도 나를 받아들일 테니까. 수차례 연습한 끝에 뿌듯한 마침표를 찍었다. 낯선 공간이 선사하는 오묘한 생동감은 마력처럼 다음을 기약했다. 걸음을 떼고 발차기로 가로지른다. 훗날 자유로이 유영할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