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가설이 맞다면 그래서 스스로가 열등하고 헛살았다고 생각한다면 보이지 않는 이상이 아닌 당장 합리적인 현실만을 추구하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한번쯤은 터무니없이 거창하더라도 영혼이 불타올라 거센 태풍에 자신을 내던져 본 적이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서 산산조각나 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설사 자신은 아직 미약함을 알아도 뻔히 죽음이 도사림을 알아도
그렇게 좌절하여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질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미래의 나는 그 지옥의 계단을 밟고 낭떠러지를 올라 마침내 인생의 첫 고개를 더 높이 더 곧게 넘으리라 믿었던 적이 있었냐는 말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어릴 적의 당신도 그러했고 나도 그러했다. 지금은 단지 그 지옥의 끔찍한 계단이 끝나지 않았고
아직 저 높은 낭떠러지는 끝이 없어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까지 떨어졌는지 잠시 잊은 것일 뿐이다.
순교자, 그대 청춘이여, 이제는 눈을 떠라. 일어서 가자. 당신의 원수, 좌절과 우울의 태풍은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 날뛰고 있다.
이제는 외쳐야 할 때가 아니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