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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03. 2020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산사나이 산에 묻히

산사나이 산에 묻히다

지난여름 중국영화 <에베레스트>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었다. 1960년, ‘공산’ 중국이 건국하고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정복한 중국등반대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인간은 기를 쓰고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눈사태에, 때로는 추위에 목숨을 잃어가면서 말이다. 그곳에 왜 오르려할까. 오래전 영국 산악인은 “산이 있으니까”라는 선문답으로 산악인의 도전을 규정지었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


 <알피니스트>는 대한민국 산악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고(故)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임일진은 한국 원정등반대의 촬영감독으로 18년간 활동하며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인 히말라야를 여러 차례 오른 경험을 생생한 영상으로 남겼다. 정통산악인 임일진 감독은 2015년 <히말라야>의 특수촬영(VFX) 원정대장으로 참여해 에베레스트의 다양한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내기도 했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품은 2016년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알피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그는 2018년 네팔 중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구르자히말 원정 도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김민철 감독은 <알피니스트>에 고 임일진 감독의 인터뷰를 추가하고, 편집도 다시 하며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을 완성시킨다. 김철민 감독은 산악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며 그들의 죽음마저 지켜봐야 했던 카메라맨의 시선에 주목했다. 산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결국 히말라야에 영면하게 된 어느 카메라맨, 고 임일진의 이야기이다. 


알파인 방식의 산악인을 알피니스트라고 한다. 흔히 히말라야 등정대는 대규모 등반대를 조직하고, 그 많은 장비의 이동에 셰르파가 동원되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 중간 기착 캠프를 두며, 장기간 도전에 나선다. 그런데 알파인은 그런 도움 없이, 단시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 등반하는 산악인을 특별히 일컫는다고 한다. 


임일진 감독은 등반객을 따라가는 카메라맨의 임무를 이렇게 말한다. “포장을 한다거나 연출을 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자기 판단 집어넣지 말고 담담하게 따라가는 것이다. 산이 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드라마틱한 장면을 잡기 위해) 카메라 자리를 옮긴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고.


이미 1996년 에베레스트 최악의 등반사고의 이면을 담은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나 그 때 사고를 다룬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에베레스트>(2015)를 통해 세계의 고산을 오르려는 산악인과 그런 도전과 결탁된 여러 상업적 문제에 대한 지적을 있어왔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고질적, 원초적 문제점이 노정된다. 36시간 내에 악천후를 뚫고 봉우리를 정복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산소통도 없이. 오직 ‘독자루트 개척’이라는 영광을 위해서 말이다.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 등정의 순간을 영상으로 만나는 관객에게는 어쩌면 허망하고도 무모한 도전의 결과물일지 모른다. 


김철민 감독이 완성한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은 산이 좋아 산을 타는 사람, 그 사람을 찍는 카메라맨의 숨 가쁜 호흡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관객에게도 그 숨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까.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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