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착각해서 인터뷰를 놓쳤다.
CV를 돌릴 때 가장 고려했던 점은 '내가 여기서 일하고 싶은가'였다.
멋진 곳에서 깔끔한 유니폼으로 '외국'에서 일할 나 자신이 너무 멋져 감격스러웠다.
대충 스무 군데쯤 들러 힘이 슬슬 빠지고 있던 중 이 가게 앞을 지나게 된다.
kebabs on queen 퀸 스트릿점이었다.
보다시피 가게 규모가 작으며 대충 길거리 패스트푸드점처럼 생겼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그래 뭐 눈에 띈 김에 넣자. 하는 심정으로 CV를 들고 들어갔다.
직원 한 명이 홀로 일하고 있었다.
혹시 직원 구하냐 물으니 구하지 않는다 했다. 매니저도 없었다.
애초에 영 기대가 없었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중에 사람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고 가볍게 한 마디 던지고선 자리를 떴다.
어차피 나는 더 좋은 데 취직될 테니까.
그렇게 CV를 넘기고 며칠 뒤, 전화 한 통이 왔다.
'안녕 나 kebabs on queen 퀸 스트릿 매니저인데, CV 남기고 갔더라고'
당시에 전화를 통해 영어를 듣기도 말하기도 어려워하던 완전 초짜였다.
연락을 갑자기 받고, 이루어지는 대화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는 상태.
그의 낯선 발음으로 인해 같은 말에 대해 몇 번을 되물었는지 모른다.
두뇌 풀가동을 통해 얼추 매니저의 말을 알아듣게 되자, 절로 탄성이 터졌다.
'어 맞아! 나 CV 낸 적 있어.'
'우리 지점은 아니고 다른 지점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내가 너를 인터뷰하고 마음에 들면 보내기로 했어. 인터뷰 보러 올래?'
'정말? 물론이지. 어디로 가면 될까?'
'주소는 000인데 지도에는 제대로 안 뜨더라고, civic 건너편에 있는 kebabs on queen이야. 찾을 수 있겠어?'
'물론이지! 그럼 인터뷰는 언제 가면 될까?'
'내일 세 시까지 올래?'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몇 군데 안 돌리긴 했지만 따로 연락 오는 곳도 없었고,
이상한 케밥집에서 지난한 트라이얼을 겪은 상황이었다.
별 신경쓰지 않던 가게의 채용 제안이었으나,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위치가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civic은 운 좋게도 집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 않았다
다음날 3시. 시간 딱 맞춰 도착하니 처음보는 직원 한 명이 혼자 일하고 있었다.
매니저의 바이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좀 젊은 매니저겠거니 했다.
'안녕. 나 Roxanne고 인터뷰 때문에 왔어.'
'인터뷰? 매니저는 방금 퇴근했는데?'
'?'
그렇다.
매니저는 없었다.
세 시'까지' 오라는 말을 세 시'에' 오라는 말로 착각했던 것이다.
아주 귀중한 첫 번째 기회를 날렸다. 허탈했다.
면접 시간에 늦거나 불참했을 시, 떨어지는 건 한국에서는 그저 당연하다.
그냥 편의점 알바를 뽑더라도 면접부터 지각하는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
면접 시간을 다시 잡는다? 굳이 그래줄 필요가 있을까?
그런 현실을 잘 알기에, 아무런 기대 없이 사과 문자를 날렸다.
'안녕, 나 오늘 인터뷰하기로 했던 Roxanne인데 세 시에 가게에 갔더니 네가 없더라.
생각해보니 면접 시간을 잘못 이해한 것 같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잠시 후 매니저로부터 온 답장은 감동받기에 충분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전화상이었잖아.
그러면 내일 다시 인터뷰하러 올래? 똑같이 3시까지 오면 돼.'
나의 부족한 듣기 실력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했다.
인터뷰도 당연하다는 듯 다시 잡았다.
매니저는 중동 출신으로 키위가 아니었으나,
뉴질랜드의 여유로운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다시 잡은 기회에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다음날 세 시에 만난 매니저는 정말 상냥했다.
미소 지으며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주었고, 일을 잘할 것 같다며 칭찬했다.
몇 마디가 오고 가는 짧은 대화 뒤, 나는 채용되었다.
매니저의 첫인상은 정말 좋았다.
첫 기회를 준 사람. 실수도 눈 감아 준 사람.
마음 편하게 인터뷰할 수 있던 사람...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그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퇴사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