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그리운 이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by 임세환

제주도 지형이에게 글을 보내고 전화를 했습니다.

안 받네요.

다음주가 수능이라 바쁜가 봅니다. 학원선생님들이야 언제 수업시간에는 잘 받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죠.

1월에 전화하고 계절이 세번 바뀌어 다시 합니다. 그나마 이 친구가 제일 많이 연락하는 친구인데....

두어시간 있다가 전화가 옵니다.


"세환"

"응. 잘지내지? "

"야, 너때문에 수업진도를 못 빼고 세네시간을 날렸어. 책임져"

"뭔소리야?"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 맞아. 그 놈의 엠병할 놈의 하일라비치. 아주 형들이 신입생들을 데리고 쥐락펴락했지. 나도 생각나. 네 글 보고 학교다닐때 생각나는데 얘들은 다 잘지내고 있겠지? 종연이는 페북에서 가끔 보는데, 전투적인 선생이 되었더라구. 상필이형도 그렇고 김태훈... 네가 보내준 글 보고 옛날 생각하다가 세네시간이 후딱 가버렸잖아."


이 친구도 30년전 일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옛일을 돌아보다 오늘 할일이 미뤄지게 하여 안됐지만 뭐 이 또한 즐거운일이니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종연이가 거기 안 왔는데. 사진보고 글 보니 느낌이 팍팍 온다고 하더라고"

"그래 종연이, 나이 드니 잘생긴 얼굴은 어디가고 몸만 좋아졌더만"

"나이먹은 걸 어떻하냐"


학력고사 마지막 새대인 93학번들은 1992년에 지원한 학교에서 입학시험을 치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가 역사교육과를 지원해서 동국대학교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봤어요. 그러니 둘다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 치는 심정으로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 쉬는시간에 답을 맞쳐보고 맞네 틀리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죠.


"야 내가 학력고사 시험장에서 열라 떠드는 얘 2명을 봤는데. 걔네들은 입학해서 안 볼 줄 알았는데 보게 되닌 황당하더라. 그것도 같은과에서말이야. 한놈이 너구, 다른 한명이 종연이야. 어떻게 학력고사장에서 그렇게 떠들수가 있냐?

"그러게. 종연이도 친구랑 같이 왔나보지. 얌마. 너는 외고 나와서 왜 우리학교를 온 거야. 고등학교떄 공부좀 하지 그랬어"

"아놔..


종연이도 열심 떠들었나봐 봅니다. 그 시험장을 기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서스럼없이 웃고 떠들었습니다.


"아직도 술 안 마셔"

"누가 요즘같은 세상에 정신머리 없이 술처먹고 돌아다녀? 나는 평생 마실 술 그동안 다 마셔서 먹고 싶지도 않아?"

"그래. 4년전에 너 왔을때 둘이서 소주 6병먹고 참 좋았었는데..."

"내가 술은 따라줄 수 있어. 술자리 마다하진 않아. 다만 안 먹어. 술자리 사람에게만 취해도 시간이 모잘라"


4년전 애월항에서 밤을 지내고 남은 아침


"아. 얘들 보고 싶다. 볼수 있을까?"
"언젠간 보겠지. 볼거야. 건강하게 잘 지내보자. 들어가라"




아침 출근길에 김광석의 친구 박학기가 둘이 같이 부르는 노래를 보고 들으며 왔습니다. 두 친구는 이제 만날 수없지만 우리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친구. 나이들어 돌아보니 더 그리운 이름입니다.


그리운 이름 몇 명씩은 있을 겁니다. 그 친구에게 전화나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에 담벼락에 흔적을 남겨보았으면 합니다. 아마 친구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만나서 반가이 이야기 할 수 있을 겁니다. 추억을, 친구를 만나게 해 준 광석이형의 노래에 고마움을 남깁니다.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있는 학기형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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