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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May 08. 2019

나만의 프레임, 세가지

사람책 두번째 이야기

어제 나코리님이 주관하는 사람책강연, 두번째 자리에 발표자로 나섰다.

메인행사는 치맥을 나누는 행사이지만, 에피타이저로 5명의 발표자가 나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이 두번째 발표인데도 불구하고 발표는 늘 어렵다. 10년넘게 강연장에, 방송에 나선다는 어느 선생님은 매일 매번이 두렵고 떨린다고 하였으니 겨우 이제 두번째인 내가 부산스럽고 떨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첫번쨰 발표도 그렇지만 두번쨰 발표하는 것도 우연치 않게 결정되었다. 평소 책, 사람,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고민하는 친구가 "한번더"를 외칠 떄 "그래, 그러자"고 이야기 한 것이 시작이었다. 게다가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아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 실패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극복하고 있는것 그리고 매일매일 반성하고 있는 것을 나누는 자리라서 부담은 없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이기떄문에 더더욱 그렇다.



나만의 프레임, 싸가지 말고 세가지


1. 나만의 보폭으로


한발자욱을 가더라도 나의 발걸음으로 가야 한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사람들이 어느 곳으로 간다고 해서 그걸 쫒아가면 안된다. 그건  그 사람들의 길이고 네 길은 따로 있을것이다. 세상사람들이 가는 길이 네 길이라면 따라가면 된다. 허나 그 길이 네 길인지 아닌지는 알고가라"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말씀을 깨닫는 요즘이다.



1월 <걷는사람 하정우>를 읽고 하루에 30,000보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 전까지 걷지 않다가 걷기 시작한 지 한달쯤 지날떄였다. 근 한달동안 10,000보를 찍었고 평상시 15,000보에서 많게는 20,000보를 왔다갔다했다. 30,000보를 찍은 그날의 기록을 사진으로 옮겼다. 30,001보를 기록했던 시각은 오후 11시가 휠씬 넘은 시간이었다. "나도 하정우처럼 하루에 30,000보를 찍었어!"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나는 나만의 보폭과 숨으로 30,000보를 찍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30,000보를 찍어여 한다는 강박에 남의 시선으로, 남의 발걸음으로 30,000보를 넘긴 것이다. 나는 자야할 시간을 휠씬 넘긴 그 시각 나의 목표가 아닌 남이 설정해 놓은 목표를 위해 집근처를 걷고 있었다.


나를 위한 필사(좌) / 남을 위한 필사(우)


나는 재작년부터 올초까지 시필사를 한 적이 있다. 한글자 한글자 글씨를 써내려가면서 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시인과 이야기하며 시 자체와 대화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SNS에 그날의 필사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고 어느날부터인가 내 글씨체가 아닌 남의 글씨체로 필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두 글씨 모두 나의 것이지만 필사를 하는 자세는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를 위한 필사가 아닌 보여주기 위한 필사, SNS에 올리기 위한 필사, 자랑하기 위한 필사, 칭찬받기 위한 필사, 시인과 대화가 단절된 필사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시를 종이에 옮길떄 힘을 빼고 나서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술술술 흘러가며 쓰는 글씨에 시인과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생각으로 시와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서야 남이 아닌,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필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나만의 걸음이라는 것을, 나만의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남의 잣대가 아닌 나만의 자로, 남의 걸음이 아닌 나만의 보폭으로 한발자욱 한발자욱 걷는 것이 맞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르침은 40 중반이 휠 넘은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2.세가지


서현이와 함께 하는 수학시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중 가장 안정적인 도형은 무엇인지를 말이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삼각형이었다. 세상의 모든 다리, 초고층 건물에 삼각형의 프레임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다. 가장 안정적으로 힘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구조이기 떄문이다.


나는 이 삼각형으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세개의 점이 아닌 삼각형으로 말이다. 세개의 점, 세개의 연결로 그 속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세가지를 버린다

사실 세가지를 버린다는 생각은 글친구인 정석헌님이 나에게, 친구들에게 써 준 글에서 배웠다. 그것은 바로 조급함, 욕심과 완벽주의, 지름길이다. 이 자리를 빌어 나의 벗 석헌님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세가지를 기억한다.

우리는 세가지로 기억되는 것에 익숙하다. 아침점심저녁, 서론본론결론, 하늘과 땅과 사람, 한글의 초성,중성, 종성, 그리고 크게는 입법사법행정 등이 그것이다. 오늘 사람책에서는 두분에게서 새로운 세가지를 또 발견했다. 그것은 출근퇴근잠, 상의하의신발이다^^*. ( 이분들에게는 이산하시인의 메모장을 선물로 드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 세가지는 서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각각의 점들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세가지라는 점이다. 서로는 서로를 전제로 한다. 서로는 서로를 위해서 존재한다. 이 세가지의 점과 연결에 우리는 익숙해 있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장에서 업무를 보면서, 강연장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담아보려고 하다보니 전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담다가 담다가 결국은 에라 모르겠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내게 꽃히는 세가지만 기억하려고 해쓰면 된다. 나만의 세가지 꼭지점을 찍고 연결하다보면 연결의 세 변 속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정보와 생각들이 정리 될 것이다. 세가지를 취하는 도구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맞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재미, 의미, 감동이 있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언제,어디서, 누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키워드 3개는 무엇인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 3명은 누구누구인지"


세점을 찍고 세변으로 이어보자. 그러면 한계가 없는 물음표에서 세변에 싸여있는 느낌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가지를 만들자

성장판독서모임에서 자기소개를 3대의 키워드로 한 적이 있다. 요즘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키워드3개는 무엇인지, 자기자신을 표현하는 3개의 키워드가 무엇인지, 올해의 목표 3개는 무엇인지 등이 그것이다.


나는 2019년 올해 나의 키워드를 세가지로 소개했다. 그것은 금주,완주,주책이다. 작년말부터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았고 작년까지 완주하지 못했던 모임살이를 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주책맞은 40대 중반의 일임을 세가지로 소개했다.


세가지를 만드는 일은 이 글을 쓰는 아침부터 시작된다. 하루를 계획하고 실천하며 반성과 평가를 하는 일이 그것이다. 나느 스몰스텝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것부터 모자란 빈칸을 돌아보는 것까지 하루의 세가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글도, 일도, 계획도 세가지를 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닌 세가지를 만들어 갈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세가지 역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어제 <사람책>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아침에 다시 정리해 보았다.

나의 책은 생경하고 투박하다. 아직은 그릇이 작아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내 현재의 삼각형이다. 그리고 현재의 삼각형도 그렇고 앞으로의 삼각형도 그러하겠지만 오로지 남이 아닌 나의 삼각형이다. 그 삼각형을 더 튼튼하게 키워갈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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