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탐색담 #지하국대적퇴치설화

by helmi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현대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귀영화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용감한 주인공이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떠난 여정에서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일종의 탐색담 探索談을 창작하여 현실의 결핍을 해소했습니다.


탐색담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신화, 전설, 민담 등 곳곳에 분포되어 있는 공통 유형입니다. 부친 탐색(유리왕 이야기), 공주와 보물 탐색(지하국대적퇴치 설화), 생명수 탐색(바리공주), 자아 정체성 탐색(원천강본풀이) 등 다양한 소재의 탐색담은 후대 고소설로 일부 계승되었고, 현대에 이르러 웹툰이나 영화 등으로 재창작되며 대중매체의 주요 모티프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의 탐색담은 대표적으로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가 있습니다. 용감한 사내가 아귀 귀신에게 납치당한 공주를 찾고 그 보상으로 공주와 보물을 얻기 위해 귀신이 살고 있는 소굴로 떠나는 탐색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를 주제로 한 아동 문학 도서




지하국대적퇴치설화


"당신은 보아하니 세상 사람인 듯한데 어째서 이런 도적의 굴에 들어왔습니까?" 하고 공주는 물었다. 무신은 나무에서 내려와 그간 사정을 말하였다. "그러나 귀신의 집 문전에는 사나운 문지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겠습니까?"하고 공주는 걱정하였다. 무신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젊었을 때에 어떤 도사에게 배운 약간의 술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수박이 될 터이니 이렇게 이렇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무신은 약 십 보쯤 공중으로 뛰었다. 그러자 그는 한 개의 수박이 되었다.
(중략)
아귀 귀신은 대취하여 코를 골며 깊이 잠들었을 때, 한 공주는 귀신이 평생에 사랑하던 허리에 찬 칼을 빼려고 손을 칼자루에 댔다. 별안간 칼은 쟁쟁 울기 시작하였다. 공주는 왼발을 구르며 호령하였다. 그러자, 칼은 울기를 멈추었다. 공주는 귀신의 좌우 옆구리에 붙은 비늘 네 개를 칼로 떼었다. 그랬더니 귀신의 머리가 떨어져 천장에 뛰어 붙었다가 다시 목에 붙으려고 하였다. 그때에 다른 공주가 예비하였던 매운 재를 급히 목에 뿌렸으므로 목은 다시 붙지 못하고, 아귀 귀신의 머리는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귀신은 죽었다.

하지만 굴 밖에서 기다리던 부하들은 공주들만 구해 올리고 무신에게는 최후의 광주리를 내려보내 주지를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광주리 대신 큰 바위를 굴려 떨어뜨렸다. 악한 부하들은 공주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왕 앞에 나아갔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잔치를 벌였다.

한편 무신은 벼락 치듯 떨어지는 바위에 놀라 몸을 피하였으므로 겨우 죽기는 면하였으나 구멍으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오직 탄식만 하고 있을 때, 전에 현몽하였던 노인이 다시 나타나 말 한 필을 주며, "이 말을 타면 땅 위에 올라갈 수가 있을 것이다." 하였다. 무신은 그 말을 타고 한번 채찍질하였다. 말은 한번 울음과 함께 비조같이 날아 수십 길이나 되는 구멍을 단번에 뛰어올랐다. 말은 눈물을 흘리면서 무신과 작별하고 다시 구멍 속으로 뛰어들어가다가 불쌍하게도 목이 부러져 죽었다.

임금은 간악한 자들 중의 괴수에게 약속한 바와 같이 딸을 주고자 하였다. 그때에 한 사람의 무신이 왕 앞으로 나왔다. 그는 정말로 공주들을 구한 무신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임금은 간악한 자들을 목 베고 막내딸을 무신과 혼인시켰다. 그 뒤로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들은 평안하였다고 한다.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는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구전되다가 소설이 탄생하던 시기에 특정 소설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됩니다. 주인공이 요괴를 퇴치하고 부귀를 누리는 구조가 일부 고전 소설에서 그대로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최고운전>에서 금돼지에게 납치당했던 고을 수령의 아내가 그것을 죽이고 탈출하여 최치원을 낳았다는 부분, <김원전>에서 전생의 죄로 둥근 구球의 형태로 태어나게 된 남두성이 김규 부부의 아들 김원이 되어 아귀를 소멸시키고 그곳에 있던 용녀龍女와 혼인하는 결말,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이 망당산에서 을동이라는 요괴 무리를 소탕하고 붙잡혀 있던 여인들을 아내로 삼는 부분 등은 구비설화 속 요괴퇴치 화소가 다양하게 변주된 양상을 보여줍니다.


홍길동전 삽화 출처: https://blog.naver.com/charlie213/10068644899




탐색담이 보여주는 현실의 이면


탐색담의 주인공이 구출한 ‘높은 신분’의 여인들과 보상으로 얻은 ‘금은보화’는 당대 민중들의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낮은 신분의 사내가 거대한 장애물을 극복하고 왕의 사위가 되는 이야기 구조는 신분제라는 한계에 좌절된 민중들의 이상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미지로의 탐험은 불완전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당신이 탐험가라면, 무엇을 찾아 어디로 떠나고 싶은가요?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미래 사회의 인간에게 허용될 탐색의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그곳에서 탐색은 어떤 의미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될까요?




표지 이미지: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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