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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Around me

by 작가님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25년에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하루하루 가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진다. 십몇 년을 한 동네에서 살았다고 이런저런 인연들이 생겨 송별회를 해준다고 해서 모였다.



첫 번째 모임은 첫째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이다. 한 반에 5명밖에 없어서 가족끼리도 다 알고 매일 아이들 등원시키고 애들 얘기, 살아가는 얘기로 티타임 하곤 했다. 동네를 떠난 멤버가 둘이나 있는 데도 아직도 동네에서 만나자 하면 쪼로로 달려와 이사를 간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이제 이사 가면 지금 동네와 엄청 멀어지는 데 그들처럼 나도 달려올 수 있을까?



두 번째 모임은 첫째 초등학교 엄마들 모임이다. 생일 파티하며 친해진 엄마가 이사 간다니 초대해서 처음 갔는데 끈끈함이 가히 고등학교 동창 수준이다. 한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빌려서 음식을 이모카세 수준으로 계속 만들어주는데 먹는 것마다 맛있어서 반해버렸다. 다들 성격도 좋고 따스해서 왜 이런 모임을 이사 가기 전에 알게 된 걸까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사 가서도 계속 만날 수 있을까?



세 번째 모임은 조리원 동기 모임이다. 남자들에게는 군대 동기가 있다면 여자들에게는 조리원 동기가 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면서 처음 만난 엄마들 모임이자 제일 오래되고 끈끈해서 가까운 친척 같은 느낌마저 든다.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듯하고 속 얘기도 꺼낼 수 있는 모임. 같은 동네 조리원에서 만났지만 이제는 동네에 남은 사람이 나 빼고 1명이다. 지방으로 가도, 해외로 가도 보고 싶고 안부가 궁금한 모임이다.



이 외에도 아직도 만날 사람이 있고 떠난다고 말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10년 동안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다. 엄마라는 역할이 힘든 줄만 알았는데 아이를 통해 인연이 확장되는 것을 보니 엄마라는 건 나의 또 다른 공간이 생기는 거 같다. 떠나려 하니 내가 이만큼 지내는 게 내 주변 사람들의 몫이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고마운 마음 많이 전하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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