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꿈을 꿨다. 과거의 어느 순간에 머물기도 하고 일어났음 하는 미래에 가보기도 했다. 돌아가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그리운 사람과 함께 했다. 아쉬움과 후회 속에 살고 있는 내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괜찮다는 말은 괜찮아지고 싶다는 바람이라는 걸 그 날이후로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그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가엾고 안쓰럽고 옆에 있어주고 싶은 감정, 정말 오랜만에 느껴봤다.
생각해 보니 난 연하고 약한 것에 마음이 가곤 했다. 겉은 강한데 속은 여린, 겉은 물렁한데 속은 강한 그런 이중적인 사람이 난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니어도 나에게는 속내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그 특별함이 난 참 좋았다.나에게 필요한 건 친구였는데 그 사람은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를 잘 늘어놓았고 난 그 얘기를 드는 게 좋았다. 그러다가 내 마음속에서만 흐르던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와서 참 신기하다 느꼈다. 그렇게 운명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일상이 되고 의심이 드리워지고 그러고 나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가 아쉽고 추억이 슬퍼서 놓지 못하던 날들. 그렇게 바라던 친구를 내 손으로 끊어내야 하는 현실이 차디차게 느껴졌다.
팥죽을 먹고 싶다고 성화인 아이들 등쌀에 못 이겨 집 근처 죽 집에서 팥죽을 배달시켰다. 달디단 붕어빵의 팥을 예상했는데 처음 먹어본 동지 팥죽은 짭조름했다. 음식을 보면 대략적인 맛은 유추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팥죽 앞에서 산산이 무너졌다. 기이한 맛처럼 느껴졌던 한 숟가락이 두 숟가락이 되고 한 그릇을 다 먹자 그제야 팥죽의 맛을 알 것 같았다.
연말도, 방학도,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팥죽을 먹었으니 나쁜 일 다 물러가고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