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에서 생긴 일

달갑지 않은 그 이름, workshop

by 작가님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연말의 피곤함이 가득한 것은 회사 단체 워크숍이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단합과 사기 진작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지는 1박 2일 워크숍은 극기훈련을 버금가는 끔찍함이 가득했다. 출발하자마자 단체버스에서 술잔을 돌리고 숙소에다 짐만 푼 후 횟집에서 달리고 숙소에서도 또 달리고. 누구 하나 쓰러져야 끝나는 오징어게임과 같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윗 분들이 좋아하는 워크숍을 가지 못한 지가 3년째. 술 좋아하는 사장단이 바뀌어 예전 같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회사에서 나에게 벌인 극악무도한 일들로 정말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정신을 다잡고 가려고 했는데 숙소에서 같은 방에 배정받은 사람이 내가 부서 이전을 못하게 하는 낙하산이었다. 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나 보다. 직장은 사회생활이니 나름 노력을 했다. 속으로는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상대였지만 옆 자리에 앉았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다. 그래도 정말 아무렇지는 않아서 가는 동안 음악을 듣고 잠을 청하며 2시간을 보냈다.







숙소에 도착 후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부서에 아는 분이 잘 아는 맛집이 있다고 해서 동행했다. 삼삼오오 연락해서 제법 인원이 꾸려졌고 바다도 보고 맛집도 가고 시장도 구경하고 예전 동료들과의 추억이 생각나며 재미있었다. 직장 동료와 업무 이야기가 아닌 것을 말하니 분위기도 좋았다. 이런 게 워크숍의 장점인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문제의 그 횟집에 도착했다. 다들 취하고 얘기하고.. 처음 시작은 좋았는데 그 안에서는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낙하산은 아무렇지 않게 친인척이 있는 부서에 가서 술을 마시며 놀았고 그 부서 사람들과 술자리를 많이 가졌는지 서로 챙기며 암묵적인 벽을 만들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회식에 충실해 있었으므로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난 그들의 뻔뻔함에 치가 떨렸다. 화장실을 가면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정말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 신문사에 투고하리라 마음먹었다. 찬 바람이 부는 호수길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동료를 만나고 얘기했다. 억울함 마음과 무력감이 자꾸 올라왔다. 그냥 소송을 걸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다시 숙소로 돌아와 취기가 오른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 2차를 갔다. 난 방으로 돌아와 앉아있다가 나도 내 일을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 입장을 말하자.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자.'라고 말이다. 회사에서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연장자가 있는 방으로 가서 회사가 나에게 한 비상식적이고 파렴치한 일을 말했다. 그리고 현재 회사에서 일어나는 비이성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선배로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고 원래 시끄러운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은 분이라서 역시나 동조를 해줄 수 있으나 본인이 나서기를 꺼려했다. 회사에서는 개인 간의 이해관계가 있어 단합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는 했지만 씁쓸했다. 그래도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화내주는 동료들이 있어 위로가 되었다. 자리를 옮겨 얘기하다가 새로운 동료가 한 명씩 오고 함께 얘기하다가 숙소에서 조촐한 술자리가 마련되었다. 영화, 드라마, 이상형, 첫사랑 얘기 등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사라지고 이 사람들과 재밌게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새벽까지 놀았다. 방에 돌아오자 낙하산이 자다 깼다. 난 요 며칠 나의 까칠한 감정상태에 대해 말했다. 3년 동안 고대해오던 부서 이동이 안되었고 사람들 모두 그 이유가 낙하산 너라고 한다. 그러자 낙하산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과 말투로 부정했다. 나는 이제 잘 안다. 직장 어른들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한다. 그게 직장인의 능력 중 하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싫어도 좋은 척, 좋아도 아닌 척을 나의 의사와 반하여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을 위한 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 사람들이 알고 있고 언제든 세상에 까발릴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이다.







거의 밤을 새웠지만 몸은 가벼웠다. 속은 쓰렸지만 곧 나아졌다. 워크숍이 끝나고 집에 가기 아쉬웠는데 어제 새벽까지 함께 시시콜콜한 얘기하던 멤버들이 뒤풀이를 하자고 했다. 평소 같으면 거절했겠지만 가고 싶었다. 옛날 추억도 소환하고 어제 얘기한 얘기도 이어가고 서로 마음을 나눴다. 물론 직장 동료는 학창 시절 친구와는 다르다. 회사라는 같은 공간에만 있을 뿐 관점도 경험도 성향도 다르다. 그래도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해서 밑바닥이 치달았던 마음이 조금은 좋아졌다. 내가 직장을 10년 넘게 헛 다니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죽고 싶다는 건 미친 듯이 살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하던데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내 말은 미친 듯이 잘 다니고 싶다는 말을 대신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재밌게 즐겁게 회사를 다니고 싶다. 직장과 나 그리고 가정생활에 균형을 지키고 싶다. 오기인지 인내심인지 모르겠지만 끝을 보고 싶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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