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간 빈자리는 참으로 크게 느껴진다. 사소한 것 하나마저도 맘에 안 들어하던 나의 마음이 후회가 되고 과거의 시간들이 마냥 아련하고 좋아 보인다. 사람이 마음에 들어올 땐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으로 머뭇거리고 사람이 나갈 땐 후련함과 아쉬움으로 뒤돌아보게 된다.
생각해 보니 빈자리의 허기를 채우려 나는 바쁘게 나를 채찍질했다. 감당하지도 못할 일들을 계획하고 또 계획했다. 한시도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 일이 끝나면 저 일을, 그리고 또 다른 일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쉬는 것이 편하지 않은 상태, 그런 걸 뭐라 해야 할까. 방전될 때까지 돌아다니다 정말 배터리가 없어진 사람처럼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내가 나를 몰아붙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너와 나는 다르다 생각했고 달랐음 했고 정해진 미래가 아니었음 좋겠다. 눈치게임처럼 서로에게 결정권을 미루는 이 상황이 답답하지만 다음 시작은 내가 아니라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니 이기심이 나를 감싼다. 이렇게 타고 탄 마음이 재가 되면 조금은 편해질까? 마음이 비워지고 비워지면 무엇이 남게 될지 모르겠다. 빈자리를 빈자리로 그냥 두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