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문이 있다.
문을 열면 밖에서 무언가 들어온다.
문을 열면 안에서 무언가 나간다.
문을 닫으면 밖에서 뭐가 들어오지 못한다.
문을 닫으면 안에서 뭐가 나가지 못한다.
문은 열려있거나 닫혀있으므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은, 동양화를 그리는 전자레인지나, 플랭크 하는 선풍기처럼 당신의 꿈 속에서만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을 본다.
저기 문이 있다.
저기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이 있다.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은 암페타민을 처방받은 성인 ADHD 환자와 같고, 그러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는 쉽게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각성 상태와 조절되지 않는 충동이 드럼 세탁기 속에 넣어놓은 양말과 속옷처럼 제멋대로 뒤엉키고, 그래서 종종 미취학 아동 시절의 잘못(친구를 때리거나 따돌렸던 경험)이나 태어나 처음으로 했던 섹스의 흥분과 수치(지나치게 서둘렀던 행동과 충분히 낭만적이지 못한 말투 같은)가 떠올라 몸서리치며 자기자신을 혐오하게 될 것이다. 혹은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은 아주 오래되어 세부가 흐려진 약속처럼 지나치게 아름다울 것이며, 완벽하게 구축된 유토피아의 자판기처럼 사랑을 하나 넣을 때마다 두 개씩 꼬박꼬박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지만, 모든 게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것 역시 얇은 얼음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처럼 쉽고 자명할 것이다. 깨진 얼음 조각은 녹아 웅덩이가
그리하여 결국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문은 쓸쓸하다. 쓸쓸함은 고여서 진해지고, 농축된 쓸쓸함이야말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동력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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