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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Jun 25. 2024

낮과 밤

그해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말은 짧고 잠은 길어서

겨울보다 더 겨울같던 밤


그늘에 쌓인 눈이 연신 앓았다


달뜬 계절은

이국서 온 편지처럼 낯설어


옷걸이에 나를 반듯하게 걸어놓고

감은 눈으로 한참 구경했다


낮에는 그이가 불러 멀리 나섰다

그이는 산책길에 난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개나리나 목련

회양목이나 미선나무의 이름을

길 잃은 아이를 달래듯

불러주었다


고사리는 음지에서 잘 자란다고 하였다

벚나무를 벚이라 불러 

소식이 끊긴 벗 생각도 하였다


또 나는 종종

마음을 얇게 저며


다리가 짧은 강아지나

멀리 날아갈 새들에게 던져주었다


밤에는 집으로 돌아와

보일러를 사십육도까지 올렸다


텅 빈 등을 데우며

천국이나 지옥 따위를 상상했다


조각난 낮을 억지로

끼워맞추다 포기하고


다정한 외로움에 안겨

꿈처럼 걷던 밤을

망연히 떠올리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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