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많이 가보셨는지? 나는 삼십 년 넘게 살면서 가본 결혼식이(가족 포함) 두 손으로 꼽힌다. 초대를 받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진 적이 많다. 물론 자랑은 아니다.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결국은 가지 않게 된다.
일단 결혼식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끔히 챙겨 입어야 하는 것부터 골치 아프다. 나는 패션감각이 없을뿐더러 평소에 정장을 입지 않다 보니 어색하고 불편하다. 고장 난 고양이처럼 삐걱거리는 기분이다.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 봉투에 집어넣고 방명록을 남기는 과정도 그렇다. 가만 생각해보면 몹시 이상한 일 아닌가? (나만 그렇게 느끼나?) 낯선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소도 싫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나누는 스몰 토크는 정말 귀찮다. 멋쩍은 인사를 나누고, 궁금하지도 않은 근황을 물어보면서 헤어질 시간을 기다린다.
주례의 인생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견디고, 따분한 행진과 인사가 끝나면 증거처럼 사진을 남긴다. 테이블에 앉아 억지로 음식을 구겨 넣고 있으면, 한복으로 갈아입은 부부가 연회장을 돌며 짧은 인사를 한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착착 진행되는 결혼식이다. 느긋하게 인사할 시간 따위는 없다. 부부도 정신이 없어 보인다. 결혼식이 끝나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술을 마신다. 나는 되도록 그런 자리는 사양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겨우 한숨 돌리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안이 벙벙하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인의 결혼식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일정이 있음에도 잠깐 들러 축하해주고 가는 사람이나, 상당히 먼 거리인데도 시간을 들여 참석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 자주 없는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해주고 싶다는 지극히 이타적인 이유로. 정말 인간적이고 속 깊은 행동이다. 말만 들어도 마음이 따스해진다. 다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 뿐이다. 예민하고 개인주의적인 성격 탓이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기준도 굉장히 개인적이다. 그저 지인이라고 해서, 친척이라고 해서 의무감에 참석하지는 않는다. 내겐 사회적인, 물리적인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마음의 거리라는 게 또 일반적이지 않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의 결혼식에도 참석한다.
물론 이상한 소리다. 친하지 않은 사람인데 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을까?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살다 보면 종종 그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매년 안부를 나누던 친구의 결혼식에는 가지 않았다. 반면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십 년 넘게 연락하지 않은 사람의 결혼식에는 참석했다. 심지어 초대도 받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집안 청소를 하다가 저금통을 발견한 것처럼 기분 좋은 의욕이 솟았다. 결혼식에 참석해서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나 자신도 의아할 정도로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런 건 대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마음이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