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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Jan 18. 2023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나초 씹는 소리를 소음으로 만든 시리즈가 2편이 나왔네...

이번달 15일경에 드라마판 <라스트 오브 어스>의 첫 에피소드가 공개되어 그 덕분에 재난일 '1일 차'의 서사가 익숙해졌다. 우리가 인류가 부르던 이웃과 집단이 한순간에 붕괴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참상이 익숙한 것은 대중 상당수가 기존 시스템에 대해 은연중 큰 불신을 가진 덕이기도 하고, 실제로 판데믹의 경험이 준 진통으로 인한 몰입이 근거일 수도 있겠다. 질병의 창궐과 고통은 분명 현재진행형이고, 우리는 공교롭게 이렇게 참상의 스펙터클을 소비하고 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편은 인류에게 고난을 선사한 문제의 '첫째 날'부터의 도입을 연다. '소리로 인한 서스펜스로 출중한 이야길 만든 존 크래신스키가 부재한 자리에 대해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2편 역시 준수한 진행을 이어간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이 극중에서 사망한 자리엔 극 중에서나 실제로도 부인인 에밀리 브런트의 비중이 보다 중요해졌다. 못 박힌 발바닥의 생채기가 아직도 남은 그와 가족들의 고난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아들(노아 주프 분)의 발목은 곰 덫이 박히고, 여전히 예민하고 영민한 딸(밀리센트 시몬스 분)은 분투한다.


여기에 집단의 공통의 확장을 의미하는 에밋(킬리언 머피 분)이 추가 되었으나 그의 위치는 다행히(?) 부친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극의 주된 서사를 차지하는 것은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생존의 해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리라. 아들은 막내 아기의 산소 호흡에 책임을 다 하고, 딸은 아버지가 생전에 접수한 정보를 토대로 공동체의  전환에 대한 답에 가까워진다. 엄마는 필요한 물품을 습득하고 수집하는 방식으로 퇴보한 문명 세계에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역시나 사운드와 연출에 있어 전작의 분위기에서 최대한 위화감 없는 후속작을 완성했다. 3편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인데, 품질 보증만 준수한다면, 근심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워낙 섬세하고 행여 파손될까 짐짓 겅정될 정도의 세공이 깃은 시리즈가 된 마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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