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곳은 15평 남짓한 투룸 오피스텔이었는데 방 세 개, 욕실 두 개가 있는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결혼했을 때는 아내와 나 두 명이 살다가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나서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는데, 첫 째는 돌이 지났고 둘째는 아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세상일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
주변 환경은 더 좋아졌다. 전엔 집이 좁고 답답해 못하겠다는 변명을 했는데 이젠 그런 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 육아든 재테크든 외부적 요인을 탓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니 뭔가 잘 안되면 이제 내 책임이 되었다. 살짝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코코는 새집이 좋은지 벌써부터 신이 났다. 커다란 소파, 새로 산 매트 위를 뛰고 두드려본다. 새로운 것들이 많으니 만져보느라 정신이 없다. 참 보기 좋다. 좀 더 일찍 더 넓은 집에서 살았어야 하는데. 그동안 맘껏 돌아다니지 못했으니 큰 집에서는 몸 쫙 펴고 다녔으면 좋겠다.
코코는 방이 두 개다. 자는 방과 놀이방. 방 하나를 내 서재처럼 쓸까도 고민했지만 온전한 내 공간이 되기 힘들 것 같고 곧 둘째도 생길 것 같아 안방 발코니에 책상을 두기로 했다. 처음엔 살짝 서글프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 한 결정이다. 거기라도 온전한 내 공간이 있다는 게 기분이 좋다. 아내는 자기 공간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이사하는데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가구나 가전을 고를 때 내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그 변명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한 걸음 물러나 있기도 했다. 아내는 가구하나를 사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너무 고민이 과한 것 같다며 일단 한번 고르면 바꾸지 말고 그대로 사라고 잔소리하기도 했었다. 특히 소파를 두 번 취소했던 날은 말다툼까지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니 식탁, 커튼, 소파 등등 모든 집기가 잘 어울린다. 아내의 신중한 선택 덕분이다. 잔소리한 나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내의 얼굴이 밝다. 집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자랑하고 싶지만 꾹 참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사실 나도 참고 있다.
올해는 참 다사다난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이사를 한 만큼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기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