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아내와 나는 맞벌이다. 다행히 아내가 휴직 중이라 주변 분들의 큰 도움 없이 아내와 나 둘이서 여태껏 두 아이를 돌봐왔다. 하지만 이제 한계가 온 것 같다. 연년생 두 아이를 키워보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인 불가능한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첫째의 어린이집 등원이다. 아내가 둘째를 안고 첫째를 등원시키면 되긴 하지만 둘째가 백일도 되지 않은 신생아이고 현재 밖은 영하 10도의 한겨울이다. 꽁꽁 싸매고 나간다고 해도 둘째를 안고 첫째를 등원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내와 예행연습을 해보니 둘째를 아기띠 해서 안는 것도 쉽지 않다. 질투가 난 첫째가 둘째를 온전히 안게 두지 않는다. 그동안은 내 휴가 및 양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아내가 혼자 아이 두 명을 케어하며 밖에 나가는 일은 없었는데 다음 주는 더 이상 도와줄 사람이 없다.
여기에 더해 내 회사생활의 불규칙성 역시 문제이다. 다행히 배려를 많이 받아 육아 단축근무를 써서 첫째의 어린이집 하원을 시키고 있지만 업무가 예기치 않게 길어진다던지 출장을 나가게 되면 아내 혼자서 첫째를 하원시켜야 한다. 등원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2개월인 첫째와 3개월 차인 둘째를 동시에 재울 수 없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남는다. 지금은 아내가 첫째를 재우고 그동안 내가 둘째를 돌본다. 내일 회사에 가야 하니 아내와는 새벽 2시쯤 교대를 하고 그다음 내가 첫째와 잔다. 만약 내가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집에 없다면 아내는 둘을 재울 수 없다. 둘째에게 질투가 난 첫째는 둘째를 안고 있는 아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특히 재우려고 할 때 잠투정이 더 심해지는 데 첫째가 잠투정 부리는 소리에 둘째가 조용히 잠들리 없다.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나의 환경이 비교적으로 아기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맞벌이지만 아내의 육아휴직, 나의 육아 단축근무. 더 어려운 환경에서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를 보고 너무 불평불만이 많은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환경이 좋다라도 돈이 많아 아예 입주하시는 육아 도우미분을 쓰지 않는 한 어려움은 계속 생긴다. 대한민국에서 맘 편히 전업 육아 도우미분을 쓰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이 힘든 상황에서 육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을 눈부시게 발전시켜 온 세대가 보기엔 젊은 부모들이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의 어려움은 낮은 출산율로 간단히 나타난다. 급격한 인구절벽의 위기 속에 정부는 잇다라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에도 매년 혜택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혜택이 좋아진다고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순 없다. 육아에 친화적이지 않은 근무환경이 문제다. 떨어지는 출산율이 그 증거이다. 동물들 역시 생존이 어려운 상태에선 번식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참 춥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