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둘째가 집에 온 직후 첫째는 그다지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그냥 이렇게 지나가나?' 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질투는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우선 나는 더 이상 첫째를 씻길 수 없게 되었다. 첫째는 나에게 더 이상 놀이방에 가자고 하지도, 목욕을 하자고 하지 않는다. 심할 때는 안아주지도 뽀뽀를 해주지도 않는다. 아내와 나를 딱 나눠서 선을 그은 것 같았다. 첫째는 아내만 쫓아다니고 나는 들러리다. 아빠는 둘째만 예뻐하라는 듯 마음을 돌린 느낌이었다.
아내 역시 제약이 생겼다. 아내는 첫째가 있을 때 둘째에게 분유를 주지 못하고 아기띠를 해서 안아주지도 못한다. 첫째가 울며불며 방해하기에 속수무책이다. 오늘은 내가 잠깐 샤워하러 들어가면서 둘째의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샤워를 마칠 때까지 둘째는 울고 있었다. 첫째는 아내에게 안겨있었고 아내는 둘째를 달래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얼이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첫째가 둘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기 꺼라며 이것저것 챙기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다른 사례를 보면 심한 경우 둘째를 때린다고도 하는데 코코는 그런 적이 없다. 오히려 자기가 분유를 먹이겠다고 먼저 나서고 항상 "아가 좋아."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내가 둘째를 챙기는 모습을 하면 돌변한다. 엄마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불안하고 질투가 나는 것 같았다. 양심은 있는지 들러리인 내 사랑은 둘째에게 쏟을 수 있도록 첫째가 허락해 주었기에 둘째는 내가 돌보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첫째를 하원시키며 어린이집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둘째가 생긴 첫째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라고 했다. 특이한 현상이 아니기에 안심이 되긴 했지만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어려운 점이 많다. 내가 첫째를 돌봐주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아내가 다 챙겨야 한다. 계속 아내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첫째. 나보다 힘이 약한 아내는 둘째보다 무거운 첫째를 온전히 감당하기가 쉽지가 않다.
내 마음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걱정이 그득 달려 있는 느낌. 이대로 첫째가 날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마음을 달래주려 손을 잡고 놀이방에 가자고 꼬시지만 첫째는 내 손을 내팽개치기 일쑤다. 하 쉽지 않다.
그나마 오늘은 며칠 전 조립한 스프링 바운서에서 같이 뛰면서 첫째의 감정을 좀 풀어줬다. 나랑 신나게 뛰어서 그런지 나랑 같이 놀자고 먼저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밥을 먹이는 거나, 기저귀 가는 것, 목욕을 시키는 것은 첫째에게 허락을 받지 못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계속 재밌게 놀아주려고 노력하라는데. 놀아주는 것도 자기 기분이 내킬 때 허락해 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자식을 낳고 잘 키우면 언제나 내 편인 사람이 생긴다던데. 사람 마음을 얻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