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오늘은 대학동기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친한 사이이고, 내 결혼식에도 와주었기에 가야 했지만 결국 가지 못한다는 연락을 하고 말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기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다. 신생아인 둘째를 포함해 연년생 자매를 키우다 보니 최소한 두 명의 어른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힘들지만 그냥 혼자 보면 안 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째가 질투가 심하기에 혼자서 둘째를 안거나 분유를 먹일 수 없다. 결국 둘째가 울고 있는데 첫째를 달래거나, 첫째를 강제로 제지하며 둘째를 수유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그냥 버티는 인내심 테스트가 될 뿐이다. 아내가 힘들다.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지만 토요일에 일이 있어서 아기를 봐줄 수 없다고 했다. 장모님에게 부탁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 아내에게 말해볼까 했지만 고민하다가 참았다. 회사 일과 같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개인적 약속을 위해 아기를 봐달라고 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 결혼식이 같은 지역이면 첫째를 데리고 가면 될 텐데, 지방에 사는 내가 서울에서 하는 결혼식에 첫째를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다.
씁쓸했다. 내 인생이 이제 내 것이 아닌 느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행복하지만 같이 사는 내 가족 이외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아기들이 좀 더 크면 둘 중 한 명이 두 명을 케어할 수 있겠지만 100일도 안된 둘째가 있는 요즘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대학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은 이제 결혼식으로도 보기가 힘들어졌다. 동기들을 떠올려보니 결혼할 사람은 다 해서 이제 공식적으로도 모일 일이 딱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가 있어도 만나기 쉽지 않은데 별 일 없이 볼 수 있을까? 요원할 뿐이다.
오전 11시 결혼식이 끝난 후 동기들은 해장국집에서 술 한잔을 한 것 같았다. 카톡방이 시끌벅적한 게 아이의 울음소리만 들리는 내 집과는 다른 세상이다. 나를 결혼식에도 오지 않은 의리 없는 친구로 생각하진 않을까. 편하지가 않다.
아빠가 되고 나니 모든 게 가족 중심으로 바뀌었다. 외식 대신 집에서 해 먹고, 번화가 대신 키즈카페에 간다. 8시 반만 되어도 집에 있는 등을 다 꺼서 어둡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둘째가 깨진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를 회사와 육아에 쏟으면 남는 게 없다.
물론 행복하다. 어떠한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생겼으니까. 다만 무럭무럭 자라는 보물들과 달리 조금씩 작아지는 내가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