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안자 _ 육아일기 _ (D + 321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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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고됐던 하루.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아내에게 오늘 저녁에 맥주 한 잔 하자고 미리 얘기해 두고 서둘러 퇴근을 했다. 평소 8시 정도에 코코를 재웠는데 오늘은 좀 일찍 7시 반쯤 재울 생각이었다. 어차피 재우고 술 한잔 할 거니 다이어트 중인 나는 저녁을 걸렀다.


7시쯤 목욕을 시키고 아내가 코코르 재우러 방에 들어갔다. 재우고 나서 바로 먹으려고 거금 8만 원짜리 참치회와 맥주를 준비해 뒀다.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 데 벌써 기대되기 시작한다.

8시, 울음소리가 간간이 난다. 평소에도 저러다 잠들었으니 별일 아니라 생각했다.

8시 반, 웃음소리가 난다. 기분이 좋은가보다. 잘 생각을 별로 없는 것 같다.

9시, 아내가 항복 선언을 했다. 나보고 좀 재워보라고 한다.

9시 반, 아기띠를 하니 거의 잠들어서 코코를 침대에 뉘었지만 실패. 다시 안았다.

10시, 다시 거의 잠들어서 코코를 침대에 눕혔지만 다시 실패. 아내에게 도움 요청을 했다.

10시 반, 간간히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직 안 잔다. 배가 너무 고프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녁을 먹을 걸 그랬다.

11시, 마침내 아내가 지친 표정으로 나왔다. 드디어 성공.


포장된 참치를 뜯고 맥주를 따르는 데 헛웃음이 난다. 3시간 반 동안 재우다니. 신기록이다. 나는 그중에 1시간만 담당했는데도 지치는 느낌인데 아내는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고 고소한 참치를 먹으니 행복한 기분이 든다.


술이 들어가니 알딸딸한 느낌이다. 시간이 언제 가려나 싶다가도 하루하루는 훅훅 지나간다. 순간이 괴롭게 느껴져도 자기 전에 코코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데 육아도 매 순간은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그 치열했던 시간이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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